공단 가동중단 석달만에 당국간 대화
北 “개성에서 만나자” 한때 신경전… 정부 “판문점” 원칙 고수… 北서 수용
4월 9일 북한 근로자 5만3000여 명이 일방적으로 철수한 뒤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사태를 풀기 위해 남북한이 6일 판문점에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연다. 그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회담의 성격과 장소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남한의 원칙론을 북한이 사실상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남북 간 대화 패턴에 근본적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4일 “북한이 6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의) 통일각에서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하자는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회담에 나설 3명의 명단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무회담에서 북측과 △개성공단 시설 및 장비 점검 문제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 등을 의제로 협의할 방침이다. 남측에서는 국장급인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3명의 대표가 나가게 된다.
이날 정부 안팎에서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리게 됐다는 사실보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앞으로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 3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하루 만에 역제안을 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개성공단 문제들은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해서만 풀어갈 수 있다는 정부의 일관된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오후 5시경 정부의 회담 제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장소를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로 바꾸고, 6일 회담 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방북도 함께 허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는 가동 중단 후 사용해 오지 않았던 곳이어서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판문점을 고수하자 북한은 오후 8시가 넘도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때까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허용 건과 맞물린 회담 장소의 문제를 놓고 난항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결국 오후 8시 25분 정부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쪽으로 물러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당국 간 회담을 관철한 것과 관련해 “북한과는 항상 대화의 문이 열려 있지만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대북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통해 ‘일방적인 가동 중단이나 철수, 억류와 같은 신변 위협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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