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 축출]軍출신 대통령만 4명… 국가산업 45% 장악

이집트 군부가 역사상 첫 민선 대통령을 축출하고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이집트 군부는 역사의 고비마다 정치에 개입해왔다. 이집트는 군부가 정권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첫 단추는 1952년 군 출신의 가말 압델 나세르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나세르와 자유장교단은 부패한 기존 정치세력을 몰아내고 아랍주의의 기치 아래 나라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집트는 물론이고 사하라 이북부터 시리아 이라크까지 범아랍권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집트에선 이후에도 군 출신에 대한 신뢰가 깊어 ‘아랍의 봄’ 여파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까지 4명의 군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그런 만큼 군 출신은 정관계 및 경제계의 요직을 차지하며 지배세력의 큰 축을 이뤄왔다. CNN방송은 3일 군 출신 인사들이 이집트 산업의 35∼45%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군부가 나선 것은 무슬림형제당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민선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부는 특성상 혼란을 싫어하고 나라의 안정을 희구하는 세력인 데다 특히 이집트에선 가진 것이 많은 기득권 세력이어서 흔들리는 나라를 그냥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무르시 정부가 국가이념이랄 수 있는 세속주의에서 벗어나 이슬람 원리주의를 사회 각 부분에 도입하려 한 것도 군부로서는 거슬리는 대목이었다. 나세르는 1950년대 후반 당시 갓 출범한 무슬림형제당을 탄압한 전력이 있다.

이집트 군부는 2012년 6월 민선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안보 및 국방 분야 등 총구 권력을 대통령에게 이양하지는 않았다. 군부의 개입 기미는 6월 23일 압둘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포린어페어스는 전했다. 당시 그는 “종파주의 다툼, 내전, 나아가 국가붕괴의 길로 빠지는 이집트를 지키기 위해 군부는 애국주의적이고 역사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이나 야권은 이를 무시했다. 심지어 야권 지도자 함딘 사바히는 “(혼란의 와중에) 군부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군부의 개입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이번에 군부가 개입을 했지만 행보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이집트 군부의 개입에 비교적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록 군부의 쿠데타 성격이지만 이집트 국민이 원하는 무르시 퇴진에 군이 기여했다는 점에서 군의 개입을 비난만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이집트#이집트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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