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장 빨리 착륙해 위험? 속도 위반하면 착륙 불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 아시아나 사고로 불안 확산… 항공여행 오해와 진실

“올해 방콕 여름휴가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돼요.” “한국 기장들의 소프트 랜딩 관행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던데 불안하네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6일(현지 시간) 아시아나항공기의 착륙 사고가 난 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항공기 여행을 앞둔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행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항공기 안전에 관한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코스닥에 상장된 한 여행사 상담원은 8일 “고객들로부터 여행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를 여러 건 받았다”고 말했다.

○ 불안한 국적기?

여행객들의 관심은 “과연 내가 타는 항공기는 안전한가”이다. 일부 누리꾼은 “아시아나항공이든 대한항공이든 국적기는 이제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등 불신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외항사 파일럿들은 착륙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데, 국적기 기장들은 공군 출신이라서 전투기처럼 빠르게 착륙하는 습관이 있다” “국적기 기장들은 착륙 시 뒷바퀴가 먼저 땅에 닿도록 하는 ‘소프트 랜딩’을 선호하는데 위험하다. 안전한 ‘하드 랜딩’을 해야 한다”는 등 그럴듯한 내용과 전문용어로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오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장 외에도 부기장과 지상의 통제센터가 수시로 비행 상태를 체크하기 때문에 기장이 독단적으로 조종할 수 없다는 것. 한 민항기 부기장(45)은 국적기가 빠르게 착륙한다는 글에 대해 “항공기 무게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규정된 착륙 속도가 있다”며 “속도가 빠르면 활주로를 벗어나게 돼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프트 랜딩 선호’도 마찬가지다. 이 민항기 부기장에 따르면 “착륙법은 활주로의 길이와 우천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뿐”이라며 “항공사에서는 승객들이 ‘쿵’ 하는 느낌을 받는 정도의 정상적인 폼 랜딩과 충격량이 기준을 벗어나는 하드 랜딩으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소프트 랜딩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폼 랜딩이건 하드 랜딩이건 뒷바퀴가 먼저 닿아 착륙한다.

○ 동남아 현지 국내선이 사고 많다?

한국인들이 휴가지로 선호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남아 지역의 상당수 휴양지는 국적기를 타고 가서 현지 항공사의 국내선(연결편)을 이용하는데 이것이 불안하다는 것. 한 누리꾼은 “T항공이나 P항공 등 동남아 항공사들은 자국 국내선에 경험이 부족한 기장들을 배치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에 불과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민간 여객기 항공 사고 통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는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여객기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국가는 미국(24건)이다. 상위 2∼4위도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이다. 항공편이 많으니 사고도 잦은 것. 사망자 수는 나이지리아(163명) 파키스탄(127명) 러시아(41명) 등에서 많았지만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았다.

○ 오래된 비행기는 불안?

항공기의 크기나 연식(제조연도)이 안전성에 관련되는지도 논쟁거리다. 한 누리꾼은 “200인승 이하의 중소형 기종들이 대형 항공기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이는 대형기종들의 사고 소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더 강하게 남는 탓에 생긴 오해”라며 “여객기의 크기와 안전성은 별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연식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하나하나 분해해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의 정비 시설에서 기준에 따라 정비를 한다”며 “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정비한 항공기는 20년 된 비행기나 올해 나온 비행기나 성능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유지 보수에 얼마나 자원을 투자하느냐에 항공기의 안전성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 위험한 공항이 따로 있을까?

조종 경력 20년이 넘은 한 민항기 기장은 “런던 히스로 공항을 비롯해 대형기가 다니는 공항은 활주로와 관제시설이 좋아 이착륙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 제주공항 등 바닷가에 있는 공항은 바람이 셀 때가 많은데, 옆에서 불어오는 측풍은 베테랑 조종사도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이런 공항도 규정대로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상공에서 머무르는 등 규정을 따르면 문제가 없다.

김두만 한국항공대 교수는 “비행기 사고는 대형 사고일 가능성이 높아 불안할 수 있지만 사실 기차나 차량 등 지상 교통수단보다 사망률이 훨씬 낮다”고 말했다.

조종엽·김수연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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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한국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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