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부축빼기 전문 파파라치’다. 심야에 술 취한 사람을 부축하는 척하다 지갑을 빼앗는 이른바 부축빼기 현장을 포착해 신고한 후 포상금을 타는 걸 수년째 업으로 삼았다. 밤에 취객 주변을 떠도는 남자의 행태만 봐도 부축빼기인지 아닌지를 한눈에 파악한다. 또 경찰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부축빼기범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해 ‘매의 눈을 가진 사나이’로 불린다. 부축빼기나 취객을 폭행하고 돈을 뺏는 퍽치기 사건 현장을 경찰에 신고해 30만∼50만 원 정도의 포상금을 받아왔다.
그런 A 씨의 눈에 지난달 말 서울시 종로2가 금강제화 앞에서 취객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이모 씨(54)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A 씨는 이 씨가 부축빼기를 시도 중이란 사실을 감지했다. 하지만 이 씨가 실제 부축빼기를 저지르는 현장은 잡지 못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지난달 29일 새벽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옆 골목. 이 씨는 길을 지나던 만취한 성모 씨(48)에게 “술이나 한잔하자”고 접근했다. 술잔을 주고받은 이 씨는 인적 없는 골목에서 성 씨를 돌로 때려 기절시킨 후 현금 100만 원이 든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화면에 얼굴이 찍힌 남자(이 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거에 나섰다. 남자의 사진을 본 A 씨가 “이 남자가 범행 발생 며칠 전에도 금강제화 근처에서 부축빼기를 시도했다”는 알짜 정보를 제공했다.
6일 새벽, 경찰은 낙원상가 인근에서 이 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경찰보다 한 발 늦게 도착한 A 씨는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범행 현장이나 구체적 인적사항을 신고해야 포상금을 받지, 이번처럼 ‘인상착의가 동일하다’는 수준의 진술로는 포상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 서울 종로경찰서는 8일 강도상해혐의로 이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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