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장비 상태 생각보다 괜찮아… 원부자재는 손상 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 98일만에 다시 가본 개성공단 공장
기업인들 北직원과 껴안고 재회 기쁨… 北“노동자 5만3000명 재가동 기다려”

꺼져 있는 신호등, 문을 닫은 편의점과 주유소, 10∼20cm씩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들….

남북 당국 간 실무 후속회담을 위해 대표단과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을 찾은 10일 오전. 북한의 일방적인 남측 인력 통제로 개성공단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던 4월 3일 이후 98일 만에 다시 들어간 개성공단에는 궤란한(마음이 어수선하고 산란한) 적막함이 감돌았다. 흩뿌리는 빗속에 인적이 끊긴 북측 출입사무소 밖의 시계탑 2개는 모두 시간이 맞지 않은 채 돌아가고 있었다.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곳곳에는 가동 중단 후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2층의 구내식당 문에는 6월 23일로 날짜가 적힌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명의의 ‘봉인’ 딱지와 남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명의의 ‘사용금지’ 표시가 같이 붙어 있었다. 북측 관리인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간 식당 안 냉장고엔 마요네즈 같은 소스 종류 말고는 음식 재료가 없었다. 1층 민원안내실 게시판에는 ‘4월 6일부터 공단 내 병원 의료진이 없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이 병원에 상주하면서 기초적인 의약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눈에 띄었다.

이날 1차로 방북한 전기 전자 및 기계 분야의 업체 관계자들은 남측으로 귀환한 뒤 기자들에게 대체적으로 “각종 장비와 설비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태가 괜찮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기업인은 “일부 누수가 돼서 기계들이 녹슨 경우도 있었고 정밀기기의 센서 부분은 거의 못 쓰게 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원부자재의 손상이 심해 20%의 가치도 안 될 것 같다. 반출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푸념했다.

한편 적막한 공단 분위기와 달리 이날 북측 직장장(근로자 대표) 등 직원들은 남측 기업인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서로 껴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부품업체의 한 대표는 “같이 일했던 북측 직원의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길래 ‘(그동안) 농사지었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그렇다고 했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절실함도 드러냈다. 또 다른 한 기업인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담당자가 ‘5만3000명의 노동자들이 즉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들 5만3000명에 대해서는 △북한 내 다른 공단으로 배치됐다거나 △북한 고위 관계자가 중국 단둥(丹東) 시를 방문해 이들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및 대북 매체의 보도가 잇달았다. 그러나 공단 폐쇄 이후 북측 노동자 대부분이 사실상 실업자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개성공단#남북실무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