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52)은 본격적으로 전국 세력화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5일 대전을 찾아 대덕의 연구단지, 기술 관련 기업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것을 시작으로 6일엔 경남 창원시를 방문했다. 18일에는 전북 전주시를 찾을 계획이다. 안 의원은 신당 등 독자세력화를 통해 10월 재·보궐선거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관계자는 “7, 8월에는 발바닥에 땀띠 나도록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의원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촉발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직 구축과 현안 참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안 의원, 요새 세(勢)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 안 의원 쪽의 영입을 제의받았다는 의원이 고백을 하던데, 인재 영입이 잘 안 되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NLL 정국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팽팽한 강(强) 대 강(强) 흐름을 이어가면서 안 의원이 실종됐다는 얘기까지 있다. 11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신관 518호) 앞에서 맞닥뜨린 안 의원을 붙잡고 질문을 던졌다.
―약속한 대로 10월 재·보선에 ‘안철수의 사람들’이 출마하나.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이 갖춰지면…. (10월 재·보선) 대상지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 이런 원칙은 없다. 사람이 있으면 낼 수도 있고, 없으면 안 낼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아직 재·보선이 확정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대법원 판결이 10월 초에 나면(10월 재·보선이 치러지기 위해서는 9월 말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함) 한 군데도 못 나가는 거다.”
―어떤 사람들을 모시고 싶은가.
“저는 삶의 현장에서 사회를 위한 가치를 만들어 본 경험과 스토리를 원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물론이고 현재의 정치제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낀 분도 포함된다.”
―삼고초려해 ‘내일’ 이사장으로 모신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 같은 분이 있나.
“계시지만 시기가 되면 차츰차츰…(웃음).”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도 거부했다는데….
“(웃음)그런 얘기가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민주당 의원들에게 영입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중간에 물건이 생긴 거다. 나는 배달시킨 게 없는데….”(누군가가 안 의원을 팔아 영입을 타진한 것 아니겠느냐란 뜻으로 들렸다.)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도 치러진다. 민주당과 선거연대는 할 생각인가.
“지금은 10월 재·보선에 집중하고 있다. 어디가 대상지가 될지, 또 거기에 적합한 사람들이 있을지…. 10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환경(정치 환경)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해야지.”
―여전히 ‘안철수의 새 정치’를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무슨 주의(主義)를 제1의 가치로 내세우기보다 서민과 중산층 위주의 정치, 민생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결과를 내는 정치가 중요하다. 지역 세미나를 해보니 ‘나는 정치 쪽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던 분이 참여를 하는데, ‘저분 원하는 대로 잘 만들어 봐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준비 부족이다. (작년)9월 초까지 대선 나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정치와 떨어진 지대에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보였다. 피치 못하게 될 때가 아니면 안 나가려고 했는데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돼 할 수 없이 나갔다. 하지만 그때부터 시작하니까 준비가 부족했던 거다.”
―단일화 시도, 후회하지 않나.
“(잠시 머뭇거리더니)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준비가 부족해서…(웃음). 사업도 그렇고 모든 일에 잘못된 선택은 없다. 예전부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건설적인 후회를 하고, 무엇을 바꾸면 되는지에만 집중한다.”
―NLL 국면에서 안철수가 잊혀졌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떤 기자는 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고 썼던데…(웃음). 존재감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는다. 뭐 좀 상투적인 표현일 수 있겠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옳은 일이 뭔가만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NLL 국면에서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섰는데….
“여러 이슈가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진짜 핵심이 뭔지,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른 거다.”
―국민들은 치고받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까.
“(4·24 재·보선) 선거 할 때 어르신들이 당부한 게 국회 가면 싸우지 마라, 막말 좀 하지 말라는 거였다. 막말을 하면 비수처럼 국민들의 마음에 꽂힌다는 거다. 저는 그대로 하려고 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이다.”
사무실 안으로 장소를 옮겨 20여 분간 이어진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안 의원의 표정은 담담했다.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강인철 변호사는 “안 의원은 절대 초조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매일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가능한가요”라고 반문하면서 “안 의원은 일시적인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뚜벅뚜벅 꾸준히 자기 것을 만들어 쌓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안 의원이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일대일로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안 의원 관련 트위터에 항상 댓글을 다는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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