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측에 건네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지도의 사본을 공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회담 때 말은 안 꺼내고 자료만 제시?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이날 공개한 지도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은 NLL을 기준으로 남북이 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해 11월과 12월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이러한 방침을 일관되게 지켰다며 두 회담 때 우리 측이 들고 갔다는 지도의 사본도 공개했다.
새누리당은 “작전은 다 그렇게 짰는데 선수가 본게임 들어가서 엉뚱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작전 따로, 게임 따로인 엇박자 회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는 것. 요컨대 노 전 대통령이 회담에서 ‘NLL을 기준으로 남북 양측에 등거리·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한마디도 주장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NLL 수호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는 얘기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앞에서 등거리·등면적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대화록에서 김정일은 “우리(북한)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 “우리(북한) 군대는 지금까지 주장해 온 군사경계선에서 남측의 북방한계선까지 물러선다. 물러선 조건에서 공동수역으로 한다”, “당면하게는 쌍방이 앞으로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북방한계선과 우리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한다” 등 일관되게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예, 아주 나도 관심이 많은…”이라고 답했다. “옛날 기본합의의 연장선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고…”라는 대목이 한 군데 나오지만, 다른 대화에선 “위원장(김정일)께서 제기하신 서해 공동어로 평화의 바다,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 버리면 좋겠는데…” 등 김정일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지 않거나 동의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윤 의원은 “NLL을 중심으로 등거리·등면적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지정한 지도를 건넨 것 자체가 노 전 대통령이 등거리·등면적 원칙을 유지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 합참통제선은 2급 군사기밀?
윤 의원이 공개한 지도엔 군사기밀로 분류된 ‘합참통제선’이 명확히 그려져 있다. 윤 의원은 합참통제선은 민간 선박이 못 들어가게 하는 선으로 군사기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합참통제선은 우리 군의 ‘작전반경제한선’으로 일반 지도엔 표기돼선 안 되는 2급 군사기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어로한계선’과 합참통제선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기무사 등 군 보안당국도 윤 의원이 공개한 지도의 기밀 여부를 정밀 검토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만약 군 당국이 이 지도를 기밀로 공식 인정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에게 군사기밀이 담긴 자료를 건넸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군사기밀을 넘겨준 것이라면 그해 11월 국방장관 회담에 나섰던 당시 김장수 장관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당시 김 장관이 들고 간 지도에도 합참통제선이 표시돼 있다는 것. 군내에선 당시 김 장관이 협상 참고용으로 해당 자료를 들고 간 것은 맞지만 북측에 건네지는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윤 의원이 공개한 지도의 군사기밀 여부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자료에 대해선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답변만 내놨다.
:: 합참통제선 ::
북방한계선(NLL) 이남 10km 해상에 설정된 한국군의 ‘작전반경 제한선’이다. 외부공개가 금지된 2급 군사기밀로 분류돼 있다. 2급 군사기밀은 ‘국가안보에 현저한 위협을 끼칠 것으로 인정되는 기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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