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빌리지’ 집무실에 비밀창고… 불상 등 30여점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7일 03시 00분


[검찰, 전두환 재산압류]
시공사 등 가족회사 ‘미술관’ 방불… 檢, 전두환 비자금으로 구매의혹 추적
연희동 집에선 10여점밖에 못 찾아… 추징 대비 고가품 숨겼을 가능성도

검찰이 16일 집행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의 동산(動産) 압류와 시공사 등 가족 관련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고가의 미술품과 도자기, 불상 등 130여 점이 발견되면서 실소유주와 매입 자금 출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성과를 거둔 곳은 경기 연천군의 전재국 씨(전 전 대통령 장남) 소유 허브빌리지였다. 약 20개의 건물 가운데 3번 건물이 회장(재국 씨) 집무실이었는데 이곳에 직원들도 그 존재를 몰랐던 창고가 있었다. 창고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열쇠는 재국 씨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열쇠공을 불러 창고문을 열었다. 불상 1점과 그림, 도자기, 자수, 공예품 등 30여 점이 나왔고 검찰은 물품들의 포장을 찢어서 사진을 찍고 다시 포장한 뒤 5t짜리 무진동 화물차를 불러 싣고 갔다.

검찰은 허브빌리지 외에 경기 파주시 시공사 사옥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국미술연구소 등 11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미술품과 도자기 100여 점을 확보했다. 압수된 미술품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외 유명 화가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류 및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처럼 많은 미술품이 쏟아져 나올 줄은 검찰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날 연희동 사저 내 동산에 대한 압류에서는 검찰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압류된 물품은 그림 1점 등 10여 점에 불과했다. 이 그림은 나무를 소재로 한 고 이대원 화백의 200호짜리 그림으로 시가 1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백은 홍익대 총장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미술계의 거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추징금 미납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동안 전 전 대통령 측도 시간 여유가 충분했을 것”이라며 “추징에 대비해 사저에 있는 고가의 물품들을 미리 숨겼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사옥과 허브빌리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고가의 미술품이 다량으로 나옴에 따라 전 전 대통령 측이 사저 압류에만 대비하고 가족 관련 회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공사 대표인 재국 씨는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담 큐레이터까지 채용해 고가의 미술품을 집중 매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시공사 파주 사옥 지하 1층 창고에도 미술품들을 보관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날 이곳을 수색해 미술품들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국 씨 등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이날 압수수색한 17곳 외에도 별도의 수장고를 마련해 전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을 보관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한 미술품들이 전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나 비자금으로 구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전 전 대통령 일가와 화랑들의 거래 명세를 추적하고 있다.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매해 돈세탁을 하는 방식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비자금을 숨길 때 쓰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차명 재산을 세탁하기 위해 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다수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도 비슷한 방식을 시도했을 개연성이 큰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재국 씨가 소유한 미술품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인지를 가려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전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술품은 전 전 대통령 일가에게 돌려줘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전두환 추징법이 시행됨에 따라 압수수색까지 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가 문제”라며 “전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완벽히 입증해야 추징이 가능한 만큼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신재웅 채널A 기자 ryu@donga.com
#전두환#재산압류#허브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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