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이승엽(삼성)이 프로야구 개인 최다 홈런 신기록(352개)을 쏘아올린 날.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승엽아, 축하한데이’라는 편지를 남기며 ‘한때 너를 시기하고 질투했던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양 위원은 현역 시절 한 번도 정규시즌 홈런왕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통산 최다인 5차례나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올스타전에서만큼은 양 위원이 이승엽을 압도했다. 그는 1993년과 1998년, 2001년 세 차례나 홈런왕에 오르며 통산 최다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같은 왼손 거포 이승엽에게 밀려 1998시즌이 끝나고 삼성을 떠나야 했던 양 위원은 LG 유니폼을 입고 2001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벌였다. 두 선수는 결승에서 똑같이 홈런 4개를 쏘아 올렸다. 하지만 3차 연장에서 이승엽은 오른쪽 뜬공에 그쳤고 양준혁은 가운데 담장을 넘기며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단 한 번도 올스타전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이승엽이 18일 포항에서 열린 2013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무관의 설움을 풀었다. 7번의 실패 후 8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올스타 홈런왕이 된 것이다.
이승엽은 1라운드 초구부터 오른쪽 담장을 넘길 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이승엽이 홈런을 칠 때마다 포항구장의 잔디 외야에서는 관중이 공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녔다. 그는 1라운드 최다인 홈런 8개를 몰아치며 홈런 1개에 그친 롯데 강민호를 무안케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홈런왕 넥센의 박병호는 같은 팀 배팅볼 투수였던 롯데 손재윤과 호흡을 맞춰 기대를 모았다. 손재윤은 당시 넥센에서 박병호와 강정호, 서건창 등이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박병호는 홈런 6개를 기록하며 2라운드에 올랐지만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한 채 연장에서 KIA 나지완에게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이승엽이 홈런왕을 차지한 데는 삼성 포수 진갑용이 일등공신이었다. 몇몇 선수는 ‘방망이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배팅볼 투수와의 궁합’이라고 말한다. 이승엽은 “어제 연습하는데 갑용이 형이 ‘내가 배팅볼 던져줄까’ 하고 말했다. 타격 타이밍에 잘 맞춰 던져줬다. 올스타전 8번 중에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진갑용의 도움으로 그는 결승에서 최장 비거리 135m를 기록했고 홈런 6개를 쏘아 올리며 국민타자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남부리그가 북부리그를 4-3으로 꺾었다. 남부리그 상무 소속 정진호는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퓨처스 올스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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