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분명히 사죄-배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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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아베 정권 질타 기고문 큰 반향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선보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사진) 감독이 현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고 헌법 개정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의 주장에 일본인들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는 영화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매달 발행하는 무료 소책자 ‘열풍(熱風)’ 7월호에 ‘헌법 개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위안부 문제는 각기 민족의 자긍심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히 사죄하고 제대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일본군이 강제로 위안부를 모집한 증거는 없다’고 발뺌하고 있고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 때 모두 끝났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일본인들이 ‘전전(戰前)의 일본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잘못을 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질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지도부의 역사인식에 대해 “역사 감각의 부재에 질릴 뿐이다. 생각이 부족한 인간이 헌법 같은 것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아베 정권이 ‘무라야마 담화를 기본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라는 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 그는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정부가 혼잡한 틈을 타 즉흥적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헌 발의 요건을 정한) 헌법 96조를 바꾸고 그 후 이런저런 헌법 개정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사기다.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에 비춰볼 때 자위대의 존재는 좀 이상하다. 하지만 국방군보다는 자위대로 두는 게 낫다”고 밝혔다. 영토 문제와 관련해 “아무리 옥신각신하거나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도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반씩 나누든가 아니면 양측이 공동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10일부터 전국 서점에 배포된 약 5000부의 소책자는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 스튜디오 지브리 측은 “헌법 수호의 최대 적은 국민의 무관심”이라며 18일 급히 홈페이지에 책 내용을 공개했다. 또 유권자들이 21일 참의원 선거 전에 읽어볼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웃집 토토로#미야자키 하야오#위안부#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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