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uki, Murakami/하루키와 패션]미국인이 사랑한 개츠비, 개츠비가 사랑한 슈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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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브라더스와 위대한 개츠비

‘브룩스 브라더스’의 역사는 1818년 4월 7일 뉴욕시 체리 스트리트와 캐서린 스트리트의 북동쪽에 ‘H.& D.H.Brooks & Co.’란 옷가게가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창업자인 헨리 샌즈 브룩스가 45세 때였다. 그 후 200여 년간 ‘최상의 상품만 만들고 취급하며, 이를 공정한 이윤에 판매하고 이런 상품의 가치를 추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거래한다’는 창립자의 이념을 실현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을 비롯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 44명 중 39명이 브룩스 브라더스의 단골 고객인 것으로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에 브룩스 브라더스 코트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이 밖에 앤디 워홀, 캐서린 햅번, 스콧 피츠제럴드 등이 이 브랜드를 즐겨 입었다. 세계 15개국에 400여 개 매장이 있으며 남성복, 여성복, 남자아동복, 액세서리 등 상품군도 다양하다.

1833년 창업자 헨리가 세상을 떠난 뒤 장남인 헨리 주니어가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어 1850년 그의 자녀인 대니얼, 존, 엘리샤, 에드워드가 가업을 계승했다. 브룩스 브라더스라는 브랜드도 이때 만들어졌다.

회사 상표로 채택된 골든 플리스(Golden Fleece·황금 양모)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이아손이 찾아 나섰던 신비로운 날개가 달린 양의 모피로 최상급 옷을 상징한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184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기성복 정장을 판매했다. 골드러시로 서부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사람들이 이 기성복의 주요 고객이었다. 이후 브룩스 브라더스는 다양한 베스트 아이템을 만들어내며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존 브룩스가 최초로 도입한 ‘버튼다운 폴로 컬러셔츠’는 영국의 폴로 선수들이 바람에 셔츠 깃이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버튼으로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 셔츠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브룩스 브라더스의 대표 아이템이 됐다.

1949년 존 클락 우드 사장은 당시 대담한 패턴의 양말을 신고 있던 한 골퍼를 발견하고 그 패턴을 빌려 미국에서 처음으로 마름모 패턴(아가일)의 긴 양말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 브룩스 브라더스가 개발한 ‘논 아이론 셔츠’는 특수처리돼 하루 종일 구김 없이 단정한 모습이 유지된다. 유명 TV 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쇼’는 이 셔츠를 ‘미러클 셔츠’라고 소개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이상 읽은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피츠제럴드 소설에 애정을 가졌다. 두 소설가는 브룩스 브라더스의 단골고객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올해 개봉한 바즈 루어먼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출연하는 남자 배우들의 의상을 특별 제작했다. 1920년대 복식을 완벽하게 재현한 의상은 ‘위대한 개츠비 컬렉션’으로 한정 판매되기도 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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