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삭제됐다는 진술이 본보 보도(23일자 A1면)로 알려진 뒤 ‘사초(史草) 정국’의 핵심 당사자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쟁을 끝내자”고 공개 제안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전 NLL 문제를 논의한 두 번의 청와대 회의 기록도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의원은 23일 오후 ‘이제 NLL 논란은 끝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에서 “원인이 무엇이든,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든,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는 상황은 국민께 민망한 일”이라며 “국민도 피곤하고 짜증스러우니 NLL 논란을 여기서 끝내자”고 새누리당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NLL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그렇게 주장해 오더라도 우리가 단호하게 막아야 할 일이다”며 “새누리당은 NLL을 선거에 이용했고,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가렸다. 그 정도 했으면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회의록 실종 경위, 노 전 대통령의 폐기 지시 의혹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대미문의 ‘사초 폐기 사태’에 대해 한마디 사과나 해명도 없이,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덮자고 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록 열람을 제안했던 문 의원이 전후 설명 없이 NLL 논란을 끝내자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그렇다면 시작을 안 했어야 했고, 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정상회담 회의록과 함께 그해 7월 19일 열린 ‘청와대 외교안보정책회의’와 8월 18일 열린 ‘NLL 평화 정착 문제 토론회’ 회의록도 국가기록원에 없었다고 여권의 한 인사는 전했다.
7월 19일 오후에 열린 회의에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김장수 국방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대통령안보실장 등 당시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장관과 김 장관이 NLL 문제를 놓고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월 18일 토론회는 노 전 대통령 주재로 열렸으며 문재인 비서실장, 김관진 합참의장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해 NLL 문제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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