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가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고용률 70% 달성 방안은 청년 실업 해소, 경제 성장,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서비스업을 키워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집안일에 매인 여성을 산업 현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명한 고용 목표치를 설정해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일자리 수에만 집착하면 고용률이 반짝 회복됐다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계속 추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서비스업 육성과 시간제 일자리 확대로 고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우선 기재부는 보건사회복지와 관련된 서비스업 분야의 일자리가 전체 고용의 4%에 그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포함한 서비스업 대책 추진으로 해당 분야의 고용을 늘릴 여지가 많다고 보고 여기에 정책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달 4일 서비스업 1단계 대책을 발표할 때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방안을 빠뜨려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대통령 보고 때 구체적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안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기재부 자체적으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들을 분석 중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1970년대 후반 과잉 복지 탓에 저성장, 고실업 위기에 몰린 네덜란드가 노사정 타협을 통해 만들어 낸 고용 창출 아이디어다. 정부는 1명이 일하는 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되 정규직 사원처럼 대우해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본다. 일례로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인탑스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시간제 근로를 위한 별도의 생산라인을 구축한 뒤 사업장 인근 아파트에 사는 전업 주부를 채용해 구인난을 덜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각종 산업 지원 정책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국내로 복귀하는 해외 투자기업인 U턴 기업을 지원할 때 고용 창출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 일반인들의 생활 속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려는 취지의 ‘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도 이달부터 시작했다.
○ “민간 중심 고용 창출 필요”
일부 부처에서는 단기간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의 산업화를 촉진해 40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해 둔 상태다. 하지만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기가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창업을 독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치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공공근로 비중을 늘리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산으로 추진하는 공공근로는 예산이 줄어드는 즉시 해당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민간이 고용을 늘리면 고용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 네덜란드처럼 민간에서 양질의 파트타임 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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