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이 “국가정보원의 협조를 받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작성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지원(e-知園)’으로 보고했다. 이후 노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국정원에 회의록 문서를 남겨 관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고 노무현재단이 23일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작성과 보고, 보관 작업에 관여해 이번 ‘사초(史草) 실종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노무현재단의 성명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지원 보고서를 폐기하라는 어떤 지시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올 1, 2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관리하고 청와대에는 두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해 친노(친노무현) 측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지원 기록은 삭제할 수 없고, 조 전 비서관이 여러 차례 ‘노 전 대통령은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재단과 김 본부장은 조 전 비서관과 언제, 어떻게 연락이 닿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6시 50분경 서울 성북구 자택을 빠져나갔다. 취재진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의 한 이웃은 “대화록 정국으로 조명을 받게 되면서 불안한 듯하더라. 자꾸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의 한 지인은 “최근 신학교에 다니는 등 종교에 귀의해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지인들에게 “정치권이 나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나는 희생자”라고 토로하면서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어떤 얘기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록 원본을 찾지 못해 궁지에 몰린 데다 노무현 정부의 폐기론이 확산되면서 민주당은 침묵을 고수하고 있는 조 전 비서관을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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