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대화가 자신이 원했던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자 비공개 회담 내용을 폭로하는 특유의 협상술을 또 꺼냈다.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로 다급해진 북한은 25일 남측에 아무런 통보 없이 기습적으로 남측 프레스센터에 난입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남북 관계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남북 대표단의 종결회의가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5시 23분경 박철수 수석대표를 비롯한 북측 관계자 20여 명이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4층에 마련된 남측 프레스센터에 들이닥쳤다. 박 수석대표는 프레스센터 안 단상에 올라가 강경한 어조로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갔다.
북측은 남측의 제지를 피하기 위해 프레스센터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4개를 모두 장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약 3분 뒤 기자실에 도착한 남측 관계자들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막아서자 북측은 “우리 자유”라며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10여 분의 회견이 끝난 뒤 남측 관계자가 북측 배포 자료를 강압적으로 회수하려다 취재진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기자실을 떠나던 박 수석대표는 ‘남측의 입장 변화 없이는 회담 진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남측 기자가 묻자 “(남측 대표단은) 백수건달이다”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북한이 남북회담에서 남측 기자실을 임의로 찾아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행동이다. 북측 주장을 남측에 선전해 남남분열을 노린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또 상대방인 한국을 당혹하게 만들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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