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람 “모태솔로, 나 자신도 믿기 힘든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2시 18분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연습장에서 차유람을 만났다. 차유람의 눈빛이 매섭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연습장에서 차유람을 만났다. 차유람의 눈빛이 매섭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차유람 이상형은 '말이 잘 통하는 남자'

"다들 제가 모태솔로라는 사실을 믿어주질 않아요. 하긴 저도 믿기 힘든 현실이니…."

'당구미녀' 차유람(26)은 예상 외로 달변이었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에서 수줍어하며 몇 마디 못하고 통편집되던 '꽃병풍'은 온데간데 없었다.

25일 서울 개포동에 있는 연습장에서 차유람을 만났다. 차유람은 인터뷰 뒤 모처럼 가족끼리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다.

최근 차유람은 '모태솔로'라는 사실이 새삼 공개돼 화제가 됐다. 사실 '모태솔로'는 외모나 당구 실력을 제외하고 차유람이 방송에서 써먹는 유일한 이야깃거리이기도 하다. 차유람이 tvN의 '더 지니어스'에 함께 출연했던 프로게이머 출신 홍진호의 "모태솔로에서 벗어나렴"이라는 생일 축하 인사 카톡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파장이 퍼져나갔다.

"홍진호 씨는 왜 그런 이야기를 해가지고… 트위터로도 사람들이 못 믿겠다고 그래요. 어떤 분은 제가 야구선수랑 같이 있는 걸 봤대요. 그런 적이 없는데, 너무 황당하죠. 제가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다는 건 저도 믿기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이에요. 어쩌겠어요. 사실인걸."

차유람은 "좋아했던 사람은 있었다"라고 투덜거렸다. 물론 사귀었던 것은 아니니, 모태솔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차유람은 "사람들이 절 너무 메마르게 볼까봐 걱정이다. 저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좋아한다고 무조건 사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또 제가 일을 하다보니까, 전 당구천재는 아니거든요. 오히려 기준치보다 미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저 자신을 좀더 통제하지 않으면 성적을 못 내요. 그래서 안 한 부분도 있지만, 못한 거죠. 이성 문제는 제 평정심을 너무 흔들어놓더라구요. 두렵고 겁이 났어요."

차유람은 "이제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 그러다보니 '더 지니어스'도 나가게 됐다"라고 했다. 차유람으로서는 일회성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라 장기간 출연해야하는 더 지니어스의 출연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이게 나가고 보니 대본도 하나도 없고… 대본 있었으면 제가 그렇게 '꽃병풍'으로 머물진 않았죠. 인터뷰 엄청 많이 했는데, 다 '통편집'됐어요. PD님도 '유람씨 예뻐요' 해놓고 제 분량은 싹둑싹둑…새로운 경험이고 재미있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차유람은 '더 지니어스' 우승자 홍진호와의 묘한 장면들이 포착되며 인터넷상에서 커플설이 돌기도 했다. 방송 도중 데스 매치(Death Match)에 나서는 홍진호에게 "떨어지기만 해봐요.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거예요"라고 말하는 모습도 방송을 탔다. 하지만 차유람은 "재미있다. 그런데 (홍진호에 대해)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사실 홍진호 씨는 방송 전에는 누군지도 몰랐어요, 프로게이머로도 엄청났다는데, 실력이 엄청나더라구요. 처음부터 우승 노리고 나왔다고 하고, 승부사로서 동질감도 느꼈죠. 그런데 왜 준우승만 6번 하셨을까요? 그래도 2등도 엄청나게 대단한 거죠.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고. 본선도 못 올라오는 선수들도 많은데, 홍진호 씨는 이미 전설이니까요. 누가 홍진호 씨한테 만년 2등이라고 놀리면 울컥해요. 얼마나 힘든지 저희는 알잖아요."

차유람은 당구선수라는 직업 특성상 항상 긴장에 지쳐있다. 때문에 쉴 때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편안함을 추구한다. 가끔은 북한산 둘레길을 돌면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훈련을 한다. 차유람은 '팬들이 북한산으로 몰려가는 거 아니냐'라는 반문에 "그러면 북한산 홍보대사를 해야겠네요!"라며 웃었다.

프로 운동선수인 만큼 혹시 부상이라도 당할까 싶어 운동하는 취미를 갖기는 애매한 게 차유람의 현실이다. 지금도 어깨에 고질적인 부상이 있어 어릴 때 선수로도 뛰었던 테니스에 손도 못 댄다.

"책도 좀 치열하게 읽는 편이에요. 요즘은 인문학에 빠져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철학이 좋은 게, 같은 사물을 두고 다양한 발상이 나오잖아요. 물론 어렵지만, 천재들의 일면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아요. 예민한 신경을 좀 쉬고 싶을 때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읽어요. 가수는 이적씨 좋아하고요."

차유람.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차유람.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그렇다면 차유람의 이상형은 어떨까. 차유람의 이상형은 흔하디 흔한 '유재석'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과 달라졌을 가능성은 없을까.

"유재석씨처럼 '재미있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뜻이었어요. 지금은 좀 바뀌었죠.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재미있는 사람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오래 이야기하기 어렵더라구요. 제가 관심이 많은 분야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좀더 흥미나 호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요즘 누굴 만나고 싶긴 해요.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좋아하시는 분이면 좋겠죠."

하지만 차유람은 "당구 선수는 절대 싫다"라고 못을 박았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스포츠 선수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치열하게 승부하고 이런 쪽은 아니었으면… (홍진호씨는 안 되겠다는 말에) 은근 바라시나 봐요? 저희 잘 어울려요? 한번 잘 해볼까요? 그런데 홍진호 씨는 키가 작아서. 돌직구! 하하."

글·사진|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차유람#모태솔로#더 지니어스#홍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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