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좋은 감독에 의해 만들어져요. ‘설국열차’의 가장 큰 매력은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설국열차’는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에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32)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봉 감독에 대해 칭찬했다. 에번스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한 것도 좋았지만 봉 감독을 만난 것은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에번스는 봉 감독의 철저한 준비성과 확실한 촬영 콘셉트에 감탄했다.
“봉 감독은 머릿속에 이미 편집된 영화 한 편이 있는 것 같았어요. 보통 영화를 찍으면 한 장면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여러 번 촬영을 하는데 봉 감독은 그렇지 않았죠. 감독이 필요한 장면만 찍었고 그는 확신에 차 있었어요. 배우 입장에서 그런 감독을 볼 때면 심적으로 연기하기가 굉장히 편안해요. 봉 감독은 배우를 편안하게 할 줄 아는 감독이었습니다.”
에번스는 ‘설국열차’에서 빙하기에 탑승한 열차에서 17년간 꼬리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았던 사람들의 젊은 지도자인 커티스 역으로 분했다. 그는 촬영 전에 봉 감독에게 꼬리칸에서 잠시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에번스는 “커티스가 갖고 있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다”며 “4시간 정도 어둠 속 꼬리칸에 앉아있었다.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보람됐고 내 상처도 치유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에번스는 앞으로 배우의 영역을 넘어 연출자로 세계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내 평생의 목표는 영화 감독이다. 올해 11월부터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 에단 호크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와 같은 멜로가 될 것 같다. 남녀가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를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요.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냐고요? 하하. 그러길 바라야죠.”
사진제공|모호필름/오퍼스픽쳐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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