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숭이란 ‘겉으로는 순해 보이나 속으로는 엉큼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여자의 내숭을 애교로 여기는 반면 여성들은 다른 여자의 내숭에 매우 민감하다. 때로는 민감함을 넘어 격하게 반응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분노하며 여성들 간의 연대를 외치는 페미니스트들조차 내숭만큼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만큼 내숭이 싫은 것이다.
미국 케이블TV 채널 폭스라이프가 ‘여자의 내숭’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경우 ‘보기 싫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다수를 차지한 반면, 남자들은 ‘애교로 봐 준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훨씬 많았다.
여성들이 꼽은 여자 내숭 1위는 ‘많이 못 먹는 척하기’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들이 생각하는 여자 내숭 1위는 ‘실제로는 잘 놀면서 조신한 척하기’로 나타났다.
여성이나 남성 모두, 내숭을 바라보는 관점에 자기 입장을 각각 투영한 결과다. 여성들은 먹는 것을 즐기는 본모습을 남자에게는 들키지 않으려는 다른 여자의 내숭이 꼴 보기 싫은 것이고, 남성들은 여러 남자와 잘 놀면서도 아닌 척하는 여자를 내숭쟁이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여성들이 내숭을 떤다며 혐오하는 여자는 100이면 100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부각하려는 스타일이다. 예컨대 ‘남자들에게 보호본능을 일깨우는 기술’을 발휘하는 경우다. ‘많이 못 먹는 척하기’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여성성(아름다움·연약함)을 부각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여성의 생존 방편이다. 강한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강한 남성은 사냥과 전쟁을 통해 수직적 위계질서에 익숙하기 때문에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권위주의적이며 상하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자신과 맞설 가능성이 있는 적극적인 여성보다는 수동적인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여성 대부분이 내숭의 용도를 본능으로 깨닫고 있다. 그래서 남자들 앞에서 ‘예쁜 척, 착한 척’ 혼자만 튀려는 여자를 발견하면 파르르 떨면서도, 마음에 드는 남자와 어울릴 때에는 그토록 아니꼽고 짜증스럽던 내숭을 본인 역시 떨어가며 그의 관심을 독차지하려고 한다.
여성들에게 있어, 이 세상의 모든 내숭 중에 유일하게 허용된 것이 바로 ‘나의 내숭’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여성에게는 일절 허용하지 않는 자신만을 위한 ‘내숭권 신수설’인 셈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여성은 대체 어떤 여자를 좋아할까. 다양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대동소이했다. ‘예쁜 척, 약한 척하지 않는 털털한 여자’로 남성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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