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왜곡에 맞선 日양심세력
日 우경화 바람에 공개활동 쉽지않아… 극우파, 폭력 휘두르고 방화까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경화 속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한국인 강제 징용,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등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분야에서 일본의 양심세력들은 꿋꿋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극우세력의 위협이 점차 커지면서 활동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4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변호사회관 5층.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전몰자의 분사를 주장하는 일본 지식인 25명이 모였다. 이들은 도쿄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분사 관련 구두변론을 지켜보기 위해 모두 법정에 다녀왔다.
간사 역할을 하는 야마모토 나오요시(山本直好)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권의 우경화로 인해 양심세력이 줄어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한국인 전몰자 분사를 주장하던 분들은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 도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한국인 전몰자 분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과 관련된 사건과 행사를 일일이 챙긴다.
도쿄에 있는 중학교 교사였던 마스다 미야코(增田都子·여) 씨는 “양심세력은 일본사회 내에서 소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다 2006년 3월 교사 면직 처분을 받았다.
강제적인 성매매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돕는 비영리 단체인 폴라리스 프로젝트 일본사무소의 후지와라 시호코(藤原志帆子·여) 대표는 테러 우려 때문에 명함에 연락처나 사무실 주소를 쓰지 않는다. 우익 인사이면서도 정권의 우경화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스즈키 구니오(鈴木邦男) 잇스이카이(一水會) 최고고문은 극우 인사들에게 여러 번 뺨을 맞았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최근 아파트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일까지 있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극우의 위협에도 일본 양심세력들이 목소리를 낮추거나 물러설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마스다 씨는 “극우들의 테러 때문에 무서울 때도 있지만 왜곡된 교과서 내용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가르칠 순 없다. 문제가 바로잡힐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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