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사회적기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기업 지원 체계를 개편해 2017년까지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설명은 없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회적 경제 영역의 고용 비중을 현재 0.4%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의 절반인 2%로 높이면 그만큼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목표를 2%로 잡았느냐고 묻자 그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정부 부처가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과장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방점을
성장률이 아닌 고용률에 두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면서 부풀리기가 도를 넘는 모습이다. 》
○ 종교인도 과학기술 인력?
일자리 부풀리기에 흔히 쓰이는 방법은 일자리의 개념을 넓게 잡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현재 85만 명인 관광분야 고용을 2017년까지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화서비스, 쇼핑 등을 모두 관광 분야에 포함시킨 결과로, 실제 관광진흥법상 관광업종 종사자는 2011년 기준 20만4000명에 그친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경영 전문가 △교육 전문가 △사회복지 및 종교 종사자를 과학기술 인력에 포함시켰다.
부처마다 개념을 넓게 잡다 보니 겹치는 사례도 잦다. 문체부가 밝힌 콘텐츠 분야 일자리(8만 명)와 국토교통부의 공간정보산업 분야 일자리(4만6000개)는 미래부에서 발표한 과학기술 일자리에 포함된다. 국토부의 첨단교통 일자리(2만 개)와 항공 일자리(1만1000개)는 문체부의 관광 일자리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각 부처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 발표 내용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포장해 발표하는 일도 적지 않다.
○ 명확한 근거 없고 현실과도 안 맞아
일자리 목표의 명확한 근거를 제대로 대는 부처는 많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선박평형수(선박 운항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에 채워 넣는 바닷물) 처리설비 기술개발을 통해 2019년까지 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업체들에 “2019년까지 얼마나 고용을 늘릴 수 있느냐”고 물어 회수한 답변을 더한 것이다.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단순한 예측인 셈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회의 중 일자리를 몇 개 정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어 별 생각 없이 ‘1000개 정도면 어떠냐’고 했다. 그랬더니 더 묻지도 않고 일자리 창출 계획에 포함시켰다”고 털어놓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일자리 목표를 부풀린 사실을 인정하고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고용률 70% 로드맵 발표 때 귀농, 귀촌 등을 통해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부에서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했다는 지적이 나와 현실적인 수치를 다시 추산하고 있다”며 “9월에 수정된 목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욕을 부리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해수부는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보고서를 근거로 선박관리 산업에서 2020년까지 2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예전 보고서를 참고한 것 같은데 2010년부터 계속되는 조선업 불황 때문에 일자리를 2만 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8000∼9000개가 현실적인 수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2017년까지 사이버 정보보호를 위해 최정예 정보보호 인력 5000명을 양성하겠다고 했지만 국내 사이버보안 관련 학과에서 배출되는 학생은 연간 2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민간 보안회사도 마땅한 교육과정을 찾지 못해 자체 교육을 하는 상황인데 갑자기 5000명이 어디서 생기느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 사후검증, 평가 제대로 안 돼
일자리 부풀리기가 성행하는 것은 사후 검증과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들이 간접효과까지 포함시켜 일자리 창출이라고 주장하다 보니 어디까지를 정책의 효과로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과도한 부풀리기를 막으려면 고용률 70%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일자리 정책을 엄정하게 평가하고 발표 내용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에 대해 주먹구구식 목표를 세우고 그마저 달성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한번 신뢰를 잃은 뒤에는 정책 집행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부풀리기가 국민에게 마치 금방이라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준다고 지적한다. 경제 성장과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부문 고용을 늘리는 근본 대책에 집중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발표만 내놓는다면 ‘고용률 70%’ 목표가 자칫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처럼 허망하게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용환 인턴기자 중국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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