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칸막이 왜 못 없애나… 국무위원들 소매 걷어붙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 靑개편 뒤 첫 국무회의… 朴대통령 화두는 ‘변화와 도전’

박근혜 대통령이 파격적인 청와대 개편을 단행한 이후 처음 던진 화두는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었다.

청와대가 “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할 정도로 대통령이 휴가 기간 숙고한 국정 방향이다. 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한 것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길에 적극 나서기 위해서다”라면서 “하반기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민생에 최대 역점을 두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변화(8번)와 도전(6번)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했다. 비공개회의 때도 국무위원을 향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수십 년 간 쌓여온 부정부패 바로잡겠다”

박 대통령이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들고 나온 배경은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과거 잘못된 관행도 여전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국민 행복’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기 때문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그 길을 뚫고 가겠다는 게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하반기를 상반기와 분리해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한다”며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평소 잘 쓰지 않는 ‘개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고 “강력하고 추진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추구해 갈 새로운 변화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워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바른 가치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삶과 직결된 원전 비리 문제, 안전에 대한 기본수칙을 안 지켜서 발생하는 수많은 인재(人災), 고위공직자와 결탁한 기업의 거액 탈세 등 과거부터 이어진 잘못된 일들을 새롭게 고치고 풀어가야 한다”며 잘못된 관행의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수십 년간 축적되어 온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맑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혀 벌써부터 대통령의 ‘대한민국 개조 프로젝트’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나 CJ 비자금, 원전비리 등 각종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 때 반복되던 정치인이나 경제인 특사 사면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 “세계를 상대로 외교력 넓히고 경제 살리겠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의 세일즈 외교 대통령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며 스스로도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박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외교력을 넓히고 경제를 살리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직접 국제무대에서 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길을 가는 데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국민의 삶”이라고 했다. 특히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가야 할 길은 경제 살리기”라며 정부 부처 외에 정치권과 기업, 노동자, 지방자치단체 등에 협조를 당부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지금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힘든 가정이 많으므로 정치권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기울여주기 바란다”며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가시 박힌 충고를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개편 방안을 발표한 노사정위원회에 힘을 실으며 “노동계도 노사정위에 적극 참여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부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상생의 대안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면서 “노사정 등 모든 경제주체가 조금씩 양보하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전날 청와대 개편을 통해 공직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차 공직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심기일전의 자세로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전날 “개각은 없다”고 했지만 “지켜보겠다”며 군기를 잡는 메시지였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때부터 강조한 정보 공유와 개방, 부처 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협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공직자 스스로 폐쇄적인 관행과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새 정부에서 칸막이와 부처 이기주의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된 협업 실천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탁을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청렴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직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소명의식을 잃고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정민·윤완준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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