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죽었던 학교를 살렸다. 그러나 이 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의 미래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남 양산시 원동면에 위치한 원동중은 2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21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몰렸다. 그때 행운이 찾아왔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 학교를 찾아 야구부 창단을 제안한 것. 허 위원장은 “야구라는 종목이 너무 대도시 위주로 돼 있어 안타까웠는데 때마침 경남 지역에 프로야구 신생팀 NC가 생기게 돼 야구를 ‘희망의 씨앗’으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학교는 ‘야구 특성화 학교’가 됐다.
올해 이 학교의 전교생은 52명. 모두 ‘야구부원’이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특기생’ 20명이 따로 있지만 다른 학생들도 체육시간에는 장비를 갖추고 야구를 한다. 그 덕분에 여학생들의 캐치볼도 수준급이다. 거꾸로 특기생들은 나머지 학생들처럼 공부를 해야만 한다. 중간·기말고사에서 학교 평균 70% 미만의 성적이 세 과목 이상이면 반드시 방과후 보충수업을 들어야 하고, 이 수업을 다 듣지 않으면 대회에 나갈 수 없다. 학교는 특기생들을 위해 ‘0교시 수업’도 따로 마련했다.
이규용 교장은 “야구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학교라는 소문이 나면서 학생들이 전학 오기 시작했다. 주로 인접한 부산에서 야구 명문 학교에 진학했다가 운동만 하는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친구가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야구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학교 야구부는 4일 부산 구덕구장에서 끝난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전국 시도별 1, 2위 팀만 참가할 수 있는 명문 대회다.
이 정도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꿈꾸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의 롤 모델 학교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 학교 3학년 특기생 6명은 곧 이 학교를 떠날 확률이 높다. 경남에는 야구부가 있는 고교가 3곳밖에 없어 진학이 어렵기 때문에 부산 등지로 전학을 가야 하는 것이다. 야구를 즐기던 보통 학생들도 고교에서는 야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된다.
허 위원장은 “학생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로 성공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학창 시절 야구를 했던 회사원, 은행원, 정치인 등이 늘어야 진짜 야구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라며 “그런 모델을 만들었는데 이 학생들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도 이 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야구계와 교육계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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