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금융회사들은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관심이 많았다. 부동산 PF로 돈을 벌 수 있는 막바지 기회로 여겨졌다. 신한은행 영업부서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800억 원짜리부터 1000억 원 규모까지 수십 개의 PF를 회사에 제안했다. 결과는 번번이 퇴짜.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는 ‘전국의 골프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골프장 PF는 더이상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신한은행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직원은 2010년부터 지어진 골프장들이 최근 들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는 걸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때는 어렵게 물어온 PF를 포기하는 게 야속하기도 했고, 이해가 안 가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회사들의 실적은 처참하다. KB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75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0.3%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60% 이상 줄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363억 원.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1조 클럽’ 자리를 유지했다. 하락률도 29%로 경쟁사에 비해 크게 낮다. 신한의 업무 방식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 위험을 미리 감지
신한지주가 불황 속에서 돋보인 데는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온 게 큰 몫을 했다. 신한지주는 2007년 말 이미 부동산 PF 투자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봤다. 10조 원 규모였던 PF 투자금액은 그때부터 늘지 않았다. 2009년에는 당시 참여하고 있던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하고 손을 뗐다. 그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현재 관계 회사들은 심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
2008년 조선·해운 산업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린 것도 주효했다. 해상 수송 물량이 늘면서 국내 해운사들이 선박 확보에 나서자 은행들은 앞다퉈 해운사와 조선사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신한지주 IR팀은 “당시 신한에서는 국제 해운시장이 포화됐음을 읽고 대출 규모를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판단은 올해 특히 빛을 발했다. 신한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STX그룹에 대해 추가로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600억 원 정도로 다른 주요 은행들이 쌓은 대손충담금의 절반에 못 미친다.
○ 은행에 편중 안 된 수익 구조
은행에 치우치지 않은 그룹 구성도 실적 하락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업의 비중이 너무 커서 이름만 금융지주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가운데 신한지주는 수익 구조의 균형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신한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36.8%에서 올 상반기 41.8%로 상승했다. 우리지주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율은 14.1%, 하나지주는 11.8%다.
임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실적이 돋보이는 이유는 은행의 부진을 보완할 수 있는 비은행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신한금융투자의 순익은 지난해보다 70.2% 늘었고, 신한캐피탈은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하면서 순이익이 80% 늘었다.
신한지주의 지배구조가 안정적인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내내 KB와 우리지주는 회장 교체에 따른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지주사에 비해 경영의 연속성이 보장된 것이 신한의 강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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