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채권 25兆… 갈수록 규모 커지고 빨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2분기 신규부실 10兆… 1분기의 2배
대부분 조선-해운 등 기업대출서 발생
금융부실→실물경제 악화 악순환 우려… 시중銀“부실채권 폭넓게 본 결과”

국내 은행의 부실이 심상치 않다. 부실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올해 2분기(4∼6월)에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이 1분기의 약 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 규모는 25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의 범위를 넓게 본 결과로, 실제 심각한 부실로 이어질 우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 부실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부동산PF 사태 이후 최대 규모 부실

8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국내 은행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권의 신규 부실채권은 10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 5조6000억 원의 약 2배에 달했다. 3개월 만에 새로 생긴 부실채권이 5조 원 이상이나 된 것은 이례적이다.

분기별로는 3년 전인 2010년 2분기(12조8000억 원) 이후 가장 많다. 당시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가 급증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으로 은행권 부실채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부실채권 잔액은 24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4000억 원 늘었다.

부실의 상당부분은 기업대출에서 발생했다. 2분기 신규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여신은 9조4000억 원이었다. 조선, 해운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서 잠재돼 있던 부실이 대거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 분기 말에 비해 각각 1.83%에서 6.86%, 1.65%에서 6.59%로 급증했다.

최근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로 구조조정 대상이 가려진 영향도 컸다. 금감원은 지난달 구조조정 대상 기업 40곳을 발표하며 이번 구조조정으로 금융권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680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은 이 기업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2분기 장부에 반영했다.

은행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기업에 빌려준 돈을 ‘부실채권’으로 간주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이 자금난 등으로 부실해지면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는 돈이다. 충당금이 늘면 은행의 순익도 줄게 된다.

○ “금융이 경기진폭 오히려 키운다” 우려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이 일부 증가했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최근 금감원 방침에 따라 장부상 부실이 늘어난 것이지, 실제로 은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STX조선해양 등 자율협약 기업의 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라고 지도했다. 권창우 금감원 건전경영팀장은 “부실채권 분류에 따른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전 분기와 부실 수준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에 은행권 부실채권이 더 늘어 은행권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부실이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은행에 부실채권이 많아 대손충당금을 쌓다 보면 수익이 떨어져 기업에 대출을 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이 기업 대출을 꺼려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경기의 진폭을 줄여줘야 할 금융권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이상훈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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