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시경 경기 수원시의 한 목욕탕에서 112로 신고전화가 걸려 왔다. 여탕에서는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여성들을 기겁하게 한 장본인은 긴 생머리에 치마를 입었지만 얼굴은 우락부락한 영락없는 남자였다. 목소리도 걸걸했다. 여성들은 ‘여장 남자’가 여탕을 훔쳐보려고 들어온 것이라 생각해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경찰이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결과 번호가 ‘1’로 시작했다. 남자가 맞았다. 하지만 지구대로 연행된 남자 A 씨(31)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미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여경이 그의 몸을 ‘검사’한 결과 실제로 신체적으로는 여성이었다. A 씨는 “성전환 수술을 했지만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는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A 씨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목욕탕 관리인도 “처벌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목욕 중인 아는 언니를 찾는다”며 입장료를 내지 않고 목욕탕에 들어간 점에 대해서는 경범죄를 적용해 2만 원짜리 스티커를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스스로를 ‘여성’이라 생각하고 있고 성전환 수술도 받은 만큼 범죄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