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전격 지시하면서 정국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결정을 환영하면서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경제팀 문책을 촉구했다.
세제 개편안 발표가 중산층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던 새누리당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에 대해 “맞는 말”이라며 “국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개편안을 발표하는 바람에 증세 논쟁이 불붙은 것”이라며 “어떤 수준으로 복지를 시행할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중산층 이하의 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틀 속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와 어떻게 국민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는 게 제1야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집권세력인 당정청이 무능을 고백한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다만 ‘원점 재검토’ 지시로 대여 투쟁의 동력이 떨어진 만큼 대안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심의 분노에 대한 대국민 항복 선언”이라며 “재벌과 부유층을 보호하는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경제부총리와 대통령경제수석 등 현 정부 경제라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봉급쟁이를 봉으로 아는 세금폭탄 개편안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심각한 국정혼란을 야기한 이번 사태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미리 개편 과정을 보고받았으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집는 행동을 할 때엔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시작한 서명운동 대신 정책위 중심으로 세제 개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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