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시작한 SBS 수목 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보면 2011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떠오른다. ‘주군의 태양’에서 귀신을 보는 음침녀 태공실은 ‘최고의 사랑’에 나온 국민 비호감 가수 구애정과 닮았다. 두 캐릭터를 맡은 배우도 모두 공효진이다.
‘사랑스러운 4차원’이라는 여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에 비하면 남자 주인공은 전형적이다. ‘주군의 태양’의 냉정한 재벌 2세 주중원(소지섭)과 ‘최고의 사랑’의 도도한 톱스타 독고진(차승원)은 로맨틱 코미디(로코)에 빠지지 않는 ‘완벽하지만 까칠한 왕자님’ 캐릭터다.
두 작품은 모두 홍정은(39)-미란(36) 작가가 썼다. ‘홍자매’는 대표적인 로코 드라마 작가다. 2005년 데뷔작인 ‘쾌걸 춘향’부터 2011년 ‘최고의 사랑’까지 두 자릿수 시청률의 히트작을 줄줄이 써냈다.
홍자매표 드라마에는 ‘기발한 발상’이나 ‘만화 같은 상상력’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고전을 재해석한 ‘쾌걸 춘향’과 ‘쾌도 홍길동’은 등장인물의 이름, 그리고 ‘열녀’와 ‘서자’라는 설정을 빌려 왔을 뿐 내용은 원전과 딴판이다. ‘환상의 커플’(2006년)은 동명의 영화, ‘미남이시네요’(2009년)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으며 그 밖의 다른 작품들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친숙한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색다르게 비트는 게 홍자매 작품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전개, 트렌드를 반영한 구어체의 대사도 홍자매표 드라마의 특징이다. 이는 홍자매의 예능작가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언니 홍정은 작가는 MBC 공채 코미디 작가 출신으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웃찾사’, 동생은 예능 프로 ‘진실게임’과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의 작가로 활동했다.
드라마 제작사인 본팩토리 문석환 대표는 홍자매의 강점으로 순발력과 캐릭터 제조 능력을 꼽았다. 문 대표는 “시청률에 즉각 영향을 받는 예능 프로처럼 예능작가들도 대중의 반응에 민감하고 이를 순발력 있게 작품에 적용한다”면서 “홍자매는 캐릭터를 중시하다 보니 캐스팅이 결정되면 배우 분석도 한다”고 전했다. ‘맞춤형 캐릭터’는 빼어난 연기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예슬과 신민아도 ‘환상의 커플’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년)에서는 톡톡 튀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홍자매표 드라마가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방영된 ‘빅’은 톱스타 공유 이민정 수지를 내세우고도 10% 안팎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가 늘면서 시청자들이 캐릭터 중심 드라마의 원조 격인 홍자매표 드라마를 더이상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인지 홍자매는 신작 ‘주군의 태양’에서 로코에 호러를 가미한 ‘로코믹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를 바탕으로 매회 사연이 있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식이다. 손정현 SBS 드라마국 EP는 “캐릭터 위주의 기존 작품과 달리 이번엔 내러티브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주군의 태양’은 1, 2회 모두 15%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해 안정된 출발을 했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있다. 윤석진 교수는 “중심이 되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와 귀신 이야기가 어우러지지 않고 나뉜 느낌”이라면서 “(내러티브를 강조하다) 홍자매의 강점인 캐릭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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