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 230억4300만 원이 이르면 이달 말 완납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환수하기 위해 특별팀까지 꾸리고 처남 이창석 씨를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 노 전 대통령 측이 추징금을 자진 납부해 형사처벌만은 피하자는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측과 동생 재우 씨, 노 전 대통령의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 측은 최근 회동을 하고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나눠서 내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30억4300만 원의 미납 추징금 가운데 재우 씨가 150억 원, 신 전 회장이 80억4300만 원을 내는 안을 두고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한 뒤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 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에 추징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들 삼자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자진납부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되기 위해 추징금을 완납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을 규정한 ‘국립묘지의 설치·운영법’에 따르면 내란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사면·복권됐지만, 사면·복권된 사람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추징금을 납부하면 국가보훈처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안장 여부를 결정할 때 유리한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은 군 형법상 내란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추징금 2628억 원의 형이 확정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신 전 회장에게 관리를 부탁하며 비자금 230억 원을 건넸고 동생 재우 씨에게도 120억 원을 맡겼다고 진술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후 신 전 회장과 재우 씨가 추징금을 내지 않자 추징금 청구 소송을 내서 2001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 전 회장은 5억1000만 원, 재우 씨는 52억7716만 원만 낸 상태다.
노 전 대통령과 재우 씨, 신 전 회장 측은 추징금 납부를 서로에게 떠밀며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다. 재우 씨는 지난해 6월 “신 전 회장이 재산이 많은데도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재우 씨는 신 전 회장 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신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노 전 대통령도 지난해 6월 “신 전 회장 측이 비자금을 임의로 빼돌린 의혹이 있다”고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신 전 회장에게 맡긴 돈 230억 원에 그동안의 이자 등을 포함하면 현재 654억여 원에 이른다며 검찰이 이를 밝혀내면 이 돈으로 남은 추징금을 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합의 과정에서 재우 씨는 남은 70억 원만 내면 되지만 최초에 받은 120억 원의 ‘이자’를 감안해 150억 원을 내기로 결정했고, 신 전 회장 측은 추심 시효가 지났지만 80여억 원을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수사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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