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원장은 26일 오전 감사원에서 이임사를 통해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임식이 확정됐다는 것은 사표가 수리됐다는 뜻이지만 청와대는 25일 양 원장의 사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양 원장이 앞으로 남은 1년 7개월간 치러야 할 감사는 대부분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사업에 대한 감사”라며 “4대강뿐 아니라 자신을 임명해준 이명박 정부의 사업을 계속 감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곧 있을 9월 정기국회에서 4대강 감사에 대한 ‘정치 감사’ 논란이 최대 이슈로 불거지면서 친이(친이명박)계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냐’며 양 원장을 몰아칠 것이 확실한 만큼 이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관측도 많다.
이 관계자는 양 원장의 사퇴 이유로 청와대가 4대강 사업 감사에 드라이브를 걸도록 양 원장을 압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는 3차 감사 결과는 올해 7월 발표됐지만 실제 감사는 2월에 한창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고 인수위도 양 원장이 정권교체에 따라 자진 사퇴해주기를 바라던 때여서 청와대와 양 원장 간에 소통이 없었던 시기”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양 원장에게 4대강 감사에 대한 압력을 넣어 양 원장과 갈등을 겪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려 하자 감사원의 독립성을 이유로 양 원장이 이견을 보인 것이 사퇴 이유라는 관측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감사위원 인선 갈등은 지엽적인 일이다.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원장이) 4대강으로 고민하다 사퇴 명분으로 인사 갈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장 교수는 감사원이 임명제청을 배제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대강 감사를 둘러싸고 양 원장이 감사원 고위직들과 갈등을 겪었다는 설에 대해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강 감사를 한창 진행하던 때는 2인자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양 원장 사람이던 시절이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강 감사의 최종 결과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뒤 언짢아하면서 ‘미리 나한테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감사원 간부들에게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인 양 원장이 유임은 됐지만 정권 교체 이후 힘이 빠지면서 감사원 내부 갈등이 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양 원장이 교체되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양 원장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인사와 친이계 의원들뿐 아니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까지 4대강 감사를 ‘정치 감사’라고 비난하면서 양 원장으로서는 전·현직 정부 모두로부터 공격받고 잘못을 다 뒤집어쓰는 듯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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