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상남자’였다. 6년 7개월간 진행한 자식 같은 프로그램을 마치는 순간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리액션은 평소보다 컸고 진행 솜씨는 능수능란했다. 마지막 게스트로 나온 김자옥은 프로그램 막바지에 “1초도 게스트에게 눈을 떼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 역시 강호동이다”라고 감탄했다. 그는 힘껏 두 팔을 벌려 “앞으로도, 영원하라∼”고 외쳤다. MBC ‘무릎팍 도사’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났다.
22일 ‘무릎팍 도사’의 폐지는 MC 강호동(43)의 부진을 확인해 주었다. 2011년 탈세 의혹으로 방송을 중단했던 강호동은 1년 만에 복귀했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전만 못했다.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 “복귀 프로를 잘못 골랐다” “과거처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옳은 지적이지만 빠뜨린 게 있다. 강호동의 위기는 ‘고백’이 닳고 닳아버린 요새 예능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1, 2년간 넘쳐났던 힐링 트렌드와 이에 맞서는 냉소 사이에서 그는 설 자리를 잃은 듯하다. 강호동이 복귀했을 때 ‘무릎팍 도사’ 같은 사생활 고백 프로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대중은 스타의 눈물 대신에 뒷담화를 원했다.
김구라의 부상은 이를 증명한다. 김구라 역시 ‘위안부 막말’ 논란으로 5개월간 방송을 중단했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독설을 던지고 뒷담화를 소재 삼아 함께 낄낄거릴 수 있는 김구라식 토크는 힐링이 지겨운 시청자들이 찾은 대안이기도 하다.
강호동의 위기는 ‘상남자’식 소통법의 한계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는 ‘형님’형 MC다. 아우들을 이끌고 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고 대중은 그 씩씩함과 유쾌함에 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형님의 과오가 드러났을 때 그가 전하는 웃음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무조건 잘못했다”며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은 탈세 무혐의 결정이 나고 방송으로 돌아온 뒤에도 자신의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반면에 김구라는 자신의 과오를 방송에서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무척 남자다운 방식이었으나 시청자들은 답답해했다. 무엇보다 타인의 속내를 들어야 하는 ‘무릎팍 도사’로 복귀한 것은 아이러니처럼 보였다.
강호동은 최근 KBS ‘우리동네 예체능’ 기자간담회에서 복귀 후 부진을 지적하는 취재진에게 “땀을 흘린 만큼 실력이 발휘되는 스포츠보다 정직한 종목이 없다. 그런 정신으로 제작진을 믿고 밀어붙이겠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상남자’다운 답변이었지만 그래서 아쉬웠다. 이젠 힘을 좀 빼도 되지 않을까. 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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