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년 7개월여 앞두고 자진사퇴한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 독립성과 관련해 “외풍(外風)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양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관련해 4대강 감사 개입설,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양 원장이 직접적으로 외풍을 언급함으로써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양 원장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사퇴는) 개인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사퇴가 외부의 압력이나 종용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양 원장은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특히 감사업무 처리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긴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한 압력을 비롯한 정치적 외풍이 적지 않았으며, 감사원의 직무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상당히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는 점을 거듭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새 정부는 감사원장의 임기(4년)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임시켰다.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사 스캔들’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감사원을 흔드는 ‘외풍’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청와대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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