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논란에 휩싸인 걸그룹 크레용팝이 ‘선물계좌’로 또 다시 구설에 올랐다.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는 26일 오전 ‘선물 대신 돈으로 주면 이를 팬덤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공지를 철회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일어난 해프닝으로 크레용팝은 또 한 번 흠집이 났다.
앞서 크레용팝은 ‘일베’ 및 표절 논란, 사재기 의혹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사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크레용팝에 대한 일부의 질시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소속사가, 질주하는 가수의 발등을 찍는 모양새다.
‘선물’이 나쁜 건 아니다. 선물이 ‘폭주’하면 그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고, 고가의 선물은 팬 사이에 위화감도 줄 수 있어 팬들의 사랑을 불우이웃돕기로 이어가려는 의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물 대신 돈으로 달라’는 건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창 대표의 표현처럼 “선물은 정성과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다. 선물엔 고르는 정성, 전달하는 설렘과 추억까지 담긴다. ‘선물 대신 돈으로 달라’는 요구는 이런 감성을 무시한 처사다.
크레용팝 소속사는 앞선 논란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일부 논란은 매우 치명적인 사항임에도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화를 키우기도 했다.
크롬엔터테인먼트는 신생 기획사이고, 제작사 대표도 가요계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크레용팝은 데뷔 초 방송 출연 기회를 얻지 못해 길거리로 나섰고 추운 겨울에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며 ‘눈물겨운’ 홍보를 했다. 그런 고생 끝에 ‘빠빠빠’로 그 설움을 털어내고 있다. 그래서 ‘선물계좌’ 논란은 소속사가 크레용팝의 벼락인기에 자만한 데서 나온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소속사 측은 사과문에서 “회사가 계속해서 시스템화하는 과정이다”며 대중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랐다.
‘근본 모를 기획사’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크레용팝의 인기에 맞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 케이팝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