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협력단(KOICA) 동아프리카팀의 김석범 대리는 입사 전 삼성전자 반도체개발팀에서 3년간 근무했다. KOICA로 옮겼을 때 주변에서는 “제정신이냐”고 했다. 연봉은 삼성전자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그는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아프리카 오지의 개발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올해 초 KOICA에 입사한 이우정 씨도 근사한 정장 원피스 차림으로 롯데백화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2년째 일하는 동상진 KOICA 현지사무소 부소장도 굴지의 대기업 출신이다.
기자가 아프리카 출장 취재 과정에서 만난 KOICA 직원들은 분명한 목표의식과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지금의 모습이 더 좋다고 했다. 대부분 “월급이 많이 줄었지만 먹고사는 데는 문제없다”며 웃었다. 20, 30대 봉사단원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이들은 외딴 시골에서 발음도 어려운 아프리카 현지어를 공부하며 주민들과 살가운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종족 및 종교 간 갈등, 제국주의, 식민 지배 같은 아프리카의 빈곤 원인을 고민하는 모습들도 무척 진지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낯설 법도 한 신세대 새마을운동 봉사단원들의 솔직함도 인상적이었다. 르완다에서 KOICA의 새마을 리더 봉사단원을 거쳐 현재 관리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전인형 씨(31)는 “처음에는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시골 현장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직접 부대낄 수 있는 이 활동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근무 여건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황열병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 위험이 도사리는 험지 근무를 하고 있지만 정기 건강검진 제도가 사실상 없다. 아프리카에서 근무한 한 KOICA 직원은 “국회 국정감사를 받을 때 우리에겐 늘 이중잣대가 적용된다”며 한숨지었다. 각종 의무와 법 규정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그에 따른 ‘권리’인 보상이나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개인의 희생을 자처한 자원봉사자’처럼 취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돈도 더 필요 없고 복지서비스도 안 해줘도 좋으니 일할 사람만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며 한숨 쉬었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아프리카 곳곳의 ODA 현장에는 간절한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다.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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