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020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닷새 앞둔 3일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의 오염수 유출 사태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급히 발표했다. 극우단체로 혐한(嫌韓) 시위를 주도했던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는 두 달가량 시위를 중단했으나 올림픽 개최지 발표가 끝난 뒤인 8일 오전 5시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혐한 집회를 다시 열겠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일본 정부는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원자력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470억 엔(약 517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하는 종합대책을 결정했다. 원전 주변에 지하수가 흘러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땅을 얼리는 동토벽(凍土壁) 건설에 320억 엔을 투입하고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정화 설비 개량에 150억 엔을 들일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회의에서 “사후 대책이 아니라 오염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기존에 나왔던 대처 방안에 국비를 투입한다는 것 말고는 눈에 띄는 내용이 없다. 한국 등 이웃 국가에 대한 사과도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2020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쇼’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 “자민당이 올림픽 개최지 발표일 전에 올림픽 유치에 부정적인 내용을 조금이라도 없애야 한다며 종합대책 발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회의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이사장이 지난달 27일자로 100여 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도쿄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적은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다나카 슌이치(田中俊一) 위원장은 2일 도쿄에서 열린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다음 이 장치로도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희석해서 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춘 뒤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것이어서 현지 어민들과 이웃 국가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특회는 최근 홈페이지에 “여러분 매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신오쿠보 데모를 재개합니다”라고 인사말을 적은 뒤 8일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신오쿠보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올림픽 유치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던 6월 30일을 끝으로 신오쿠보에서 혐한 시위를 열지 않았다.
한편 후쿠시마 현 주민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원전 고소단’은 3일 ‘사람의 건강에 관한 공해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공해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히로세 나오미(廣瀨直己) 도쿄전력 사장 등 전현직 간부 32명과 도쿄전력 법인에 대한 고발장을 후쿠시마 현 경찰청에 제출했다.
후쿠시마 원전 고소단 무토 루이코(武藤類子) 단장 등은 도쿄전력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유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매일 300∼400t의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도록 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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