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상징하는 헤어스타일은 ‘올림머리’다. 뷰티업계에서는 ‘업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박 대통령은 고(故)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로 나섰던 1974년 이후 40여 년간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지켜왔다. 이제는 ‘박근혜 머리’라고 불릴 만큼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변신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 경선을 앞두고 웨이브 있는 단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꿔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자 특유의 올림머리로 돌아왔다. 1988년 박 대통령을 인터뷰한 한 여성지는 “박근혜 씨는 한때 단발머리로 바꿔 생활의 변화를 꾀한 듯했으나 주위 사람들의 권고로 다시 옛날 스타일로 돌아갔다. 그녀는 ‘헤어스타일도 내 맘대로 못해요’라며 웃는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20여 년 전부터 전담 헤어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이 헤어디자이너가 최근 고령과 피로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외 순방 때는 헤어디자이너가 동행하지 않아 박 대통령이 직접 머리를 손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여성은 특별한 행사 때만 해보는 올림머리를 박 대통령이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흐트러진 모양새를 보이기 싫어하는 성격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머리숱이 많지 않은 곱슬머리라는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단정하고 풍성해 보이는 올림머리를 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헤어 및 메이크업을 담당한 바 있는 김청경헤어페이스의 김청경 원장은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분, 지위 면에서 남다르다는 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머리 양옆을 단단히 고정한 올림머리는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강화해주지만 수십 년간 변치 않는 헤어스타일은 다소 답답하고 고집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시도한다면 어떤 것이 바람직할까. 동아일보는 미용업계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해 달라고 의뢰했다.
김 원장은 올림머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앞머리 부위에 세련된 변화를 줄 것을 주문했다. 이 스타일과 관련해서는 앞머리를 눈썹 부위까지 길러 자연스럽게 옆으로 넘긴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을 참고할 만하다. 국내 배우로는 배우 김미숙 씨가 이런 스타일이다. 짧은 앞머리로 이마를 답답하게 가리는 박 대통령의 현재 스타일보다 이마가 반듯하게 드러나도록 앞머리를 길러 물결치듯이 자연스레 놔두는 식이다. 이경민포레의 재선 원장도 “앞머리를 잔머리처럼 짧게 내려 이마를 가리는 게 좀 답답해 보인다”며 앞머리를 조금 길러 자연스럽게 둘 것을 주문했다.
배우 심은하 씨의 헤어스타일을 오랫동안 담당해온 재클린미용실의 재클린 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밝은색 계열로 염색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검은색 머리보다 붉은색이 가미된 갈색이나 어두운 체리핑크색으로 염색하면 한층 부드럽고 세련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년 여배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웨이브 있는 단발머리도 잘 어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단정한 업스타일이 공적인 자리에서 입는 정장패션에 주로 어울린다면 단발머리는 다양한 장소와 패션에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지금 스타일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변신이라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헤어스타일도 제 맘대로 하지 못할 만큼’ 지켜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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