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IFA)는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는 유럽 경기를 반영하듯 지난해보다 참가 업체가 늘고 전시장 규모도 한층 커졌다. IFA를 주최하는 독일가전통신협회(GFU)에 따르면 올해 전시회엔 50여 개국 1300여 업체가 참가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전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일본, 중국, 유럽의 경쟁업체들이 차세대 TV 제품과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전시하며 경쟁을 벌였다.
○ 반격 나선 일본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IFA에서 가장 인상적인 업체로 하나 같이 소니를 꼽았다. 소니는 IFA 개막에 앞서 2090만 화소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 신제품 ‘익스페리아Z1’과 6.4인치 디스플레이의 ‘Z울트라’를 선보였다. 두께가 6.5mm 밖에 안 되는 ‘Z울트라’는 일반 연필이나 금속 재질의 펜으로도 화면 터치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국내 업체의 한 임원은 “소니가 지난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놓은 데 이어 IFA에선 세계 최초 ‘곡면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선보이며 한국 업체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소니픽처스 콘텐츠를 바탕으로 UHD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려는 움직임도 한국 업체들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은 “일본 업체들은 정부와 손잡고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내년에야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 갈 길 먼 중국
TCL과 하이얼, 창홍,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경쟁하듯 UHD TV를 선보였다. 창홍은 39인치부터 85인치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을 내놨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일반 HD보다도 화질이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국내 업계 전문가는 “패널과 내부 칩 기능 전반에 문제가 있는 데다 영상의 화질을 끌어올리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디자인 베끼기도 여전했다. TCL은 삼성전자의 110인치 UHD TV에 적용된 ‘타임리스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LG전자가 내놓은 벽걸이형 ‘갤러리 OLED TV’의 콘셉트를 따라한 갤러리 TV도 내놨다.
휴대전화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아직 베젤 두께를 줄이는 기술이 부족했고 디스플레이 화질도 떨어졌다. 레노버 스마트폰은 5분 이상 게임을 하면 발열 현상이 생겼고 4가지 모드로 변신하는 탭북과 노트북은 무거웠다.
○ 이름값 한 유럽
밀레를 필두로 지멘스, 보쉬, 일렉트로룩스 등 유럽 업체들은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전시했다. 특히 빌트인 문화가 발달한 유럽 시장 특성상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용량을 확보한 냉장고와 오븐 등이 대세였다.
삼성전자가 IFA에서 공개한 푸드쇼케이스 냉장고는 잘 정돈된 수납공간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LG전자의 프렌치도어 냉장고(냉장실이 위쪽, 냉동실이 아래쪽에 있는 냉장고)와 양문형 냉장고도 인기였다.
최근 유럽 전기요금이 대폭 오르면서 세탁기 업계의 화두는 에너지 절약이었다. 보쉬와 지멘스 등은 에너지 효율 최고등급을 높인 제품을 선보였지만 세탁시간이 6, 7시간으로 늘어난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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