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씨 국내 첫 공개 同性결혼식… 찬반론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이젠 떳떳하게” vs “사회혼란 야기”

미국 등에서 뜨거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동성 간 결혼 이슈가 마침내 한국에도 상륙했다. 7일 오후 4∼9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천 광통교에 설치된 임시 무대에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김조광수 씨(48)와 동성애 영화 제작·수입업체인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29)가 국내 최초의 동성(同性)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를 두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기독교계는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의 혼인 신고가 받아들여질지를 놓고 법조계의 해석도 분분하다.

이날 광통교 주변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하객들과 시민 10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영화감독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씨가 공동으로 결혼식 사회를 본 가운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민주당 진선미 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영화감독 봉준호 류승완 임순례 씨, 방송인 하리수 미키정 부부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2005년 처음 만나 8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한 김 감독과 김 대표는 검은 예복을 입고 하객을 맞았다. 김 대표는 공대 출신의 유학파다. 김 감독은 임시 무대에서 “저희는 법이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오늘부터 부부”라며 “축복 속에 결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15분경 교회 장로라고 신분을 밝힌 이모 씨(54)가 결혼식장 무대로 올라와 인분과 된장으로 된 오물을 뿌려 일부가 신랑신부의 옷에 튀었다. 이 씨는 “동성애는 죄악이다. 동성애는 가족과 사회를 파괴한다”고 외치다 경찰에 연행됐다.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김모 씨(27·여)는 “그들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며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결혼한다는 것일 뿐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 조모 씨(29)는 “자신들의 생각대로 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으나 남에게까지 그런 생각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동성애를 지지할 권리가 있다면 싫어할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회장은 동성 결혼에 대해 “창세기에 보면 ‘남녀가 만나 결혼해 자식을 낳고 번식하라’고 돼 있어 동성 결혼은 교리적으로 어긋나는 일”이라며 “동성연애는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이번 주 내로 혼인신고를 하겠다”며 “반려될 경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대표변호사는 “동성끼리의 결혼은 선례가 없어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혼인신고서에도 남편 남자 ○○○, 부인 여자 ○○○ 이런 식으로 돼 있다. 미국에서는 행정부서에서 거부하면 법원에서 예외적으로 판결을 통해 해결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국내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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