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원전 직원, 게임 즐기려 회사 신형컴퓨터 훔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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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공수사 소동 빚은 20대 입건

지난달 2일 0시 반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옛 영광원전) 6호기의 관리사무실. 신입 운영직원 노모 씨(29)는 귀가하려다가 전날 한빛원전 5호기 사무실에 새로 들여온 컴퓨터가 생각 났다. 그는 평소 그의 컴퓨터가 구형이어서 최신 인터넷 게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는 새 컴퓨터의 그래픽카드를 자신의 컴퓨터 그래픽카드와 바꿔치기하려고 마음먹고 5호기 사무실에서 몰래 컴퓨터를 들고 나왔다.

1km 떨어진 집(직원 아파트)으로 간 그는 훔친 컴퓨터의 그래픽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이 그래픽카드는 그의 컴퓨터와 호환이 되지 않는 것이어서 바꿀 수가 없었다. 그는 그냥 훔친 컴퓨터로 게임을 즐겼다. 주말과 휴가를 보낸 뒤 컴퓨터를 되돌려 놔야 한다는 걸 깜빡 잊고 7일 출근했다.

그동안 회사에서는 난리가 났다. 보안시설인 원전에서 컴퓨터를 도난당했기 때문. 경찰 등이 대공 용의점이나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고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 겁이 난 노 씨는 컴퓨터의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인근 하천과 논바닥에 버렸다. 하지만 경찰은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해 노 씨가 컴퓨터를 훔친 사실을 밝혀냈다.

전남 영광경찰서는 하드디스크를 정밀 분석한 결과 컴퓨터의 원전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노 씨를 절도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진감 넘치게 인터넷 게임을 즐기려던 철부지 생각이 큰 소란을 불렀다”고 말했다.

영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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