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강덕수 회장 STX조선 대표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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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살리기 위해 채권단 뜻 존중”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이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직에서 결국 물러났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에 끝내 경영권을 내려놓은 것이다.

STX조선은 9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신임 대표이사로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새 이사 선임을 결의했다는 것은 강 회장 등 기존 이사들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과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27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STX조선 대표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사회 의장인 강 회장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사사로움이 없을 수 없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지고 채권단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STX조선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STX그룹에 대한 강 회장의 지배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강 회장은 아직 그룹 지주회사인 ㈜STX와 STX중공업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지만 채권단은 9월 중으로 이 회사들에 대해서도 대표이사 교체를 추진할 예정이다. 2000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STX그룹을 출범시킨 뒤 재계 12위 총수까지 올라선 강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막을 내리게 됐다.

채권단은 강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은 만큼 채무 재조정을 신속히 끝낸 뒤 경영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다. 채권단은 27일 임시 주총에 ㈜STX 등이 보유한 STX조선 지분을 100 대 1로 무상 감자(減資)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채권단은 또 7000억 원에 달하는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10월 이후 단행할 예정이다. 감자 후 출자전환이 끝나면 채권단은 STX조선의 최대주주가 된다.

STX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강 회장의 노하우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강 회장에게 비등기이사 자리를 맡기면서 그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상훈·김창덕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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