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베트남 국빈방문 공식 첫 행사로 하노이의 호찌민 묘소를 찾아 극진한 예의를 갖춰 헌화했다. 베트남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호찌민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베트남 파병을 단행했을 때 적의 수장이었던 만큼 묘한 인연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호찌민 묘소 입구로 다가가 베트남식 참배 의식에 따라 묘소 앞 꽃다발에 붙여진 조화로 장식된 리본을 손으로 정리하며 예의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묘소 안으로 걸어 들어가 참배 의식에 따라 안에서 잠시 목례를 하기도 했다. 묘소 지하에 놓여 있는 영구보존 처리된 호찌민의 시신은 비공개로 보존 처리 작업이 진행 중인 관계로 대통령이 직접 보지는 않았다.
매주 월요일에는 호찌민 묘소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공식행사 첫 순서로 호찌민 묘소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베트남 정부에 전달해 특별히 묘소를 개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측도 응우옌티하이쮜엔 노동보훈사회부 장관이 박 대통령을 안내하며 성의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함께 호찌민 집무실도 둘러봤다. 10분으로 예정됐던 방문은 쯔엉떤상 주석과 함께 호찌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30분으로 늘어났다. 두 정상은 연못에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 주석궁에서 진행한 협정서명식과 정상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도 호찌민의 얼굴상 밑에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전날 한-베트남 경제협력인 만찬에서는 호찌민의 좌우명인 ‘지벗비엔 응번비엔(以不變 應萬變·변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변화하는 것에 대응한다)’을 언급하며 “우정과 신뢰가 변치 않는다면 어떤 변화와 도전도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 베트남인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그들이 존경하는 호찌민에 대해 최대한 예의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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