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 홍명보 “운전할땐 이길 생각 하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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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원칙주의자’ 홍명보 감독
“그라운드에선 반칙도 필요하지만, 운전중 반칙은 목숨 내거는 일
난 양보 스타일… 별 피해본적 없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평소 양보 운전을 잘한다. 운전할 때의 반칙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홍 감독이 반칙운전을 하지 말자며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고 있다. 파주=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평소 양보 운전을 잘한다. 운전할 때의 반칙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홍 감독이 반칙운전을 하지 말자며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고 있다. 파주=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축구 규칙은 가끔 반칙으로 위반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승부의 세계에선 반칙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운전에선 절대 반칙을 해선 안 됩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4)은 아이티(6일·한국 4-1 승)와 크로아티아(10일)를 상대로 한 평가전을 앞두고 바쁜 가운데서도 동아일보 연중기획 캠페인인 ‘시동 꺼! 반칙운전’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3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홍 감독은 “축구 등 스포츠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생에선 지켜야 할 다양한 규칙이 있다. 이 중 가끔 어겨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교통법규에서 반칙은 곧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여유로운 양보 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뒤 소속팀 포항의 팀훈련에 참가하러 갈 때였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서 있는데 뒤에서 다른 차가 ‘꽝’ 하고 들이받아 1주일간 병원 신세를 진 것이다.

“훈련하러 가다 병원으로 실려 간 사고였다. 당시 한 의사분께서 급한 수술이 있어 서둘러 가다가 내 차를 세게 받았다. X선을 찍어보니 목뼈가 심하게 경직돼 깁스까지 했다. 생명을 구하러 가던 의사분이 너무 서두르다 내 생명을 뺏을 뻔한 사건이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일 큰 사고가 났다면 지금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있는 홍 감독의 당당한 모습을 볼 수 없었을 수 있었다. 홍 감독이 누구인가. 고려대 시절인 1989년 태극마크를 달고 2002년까지 대표선수로 활약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 코치,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및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감독을 거쳐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는 사상 첫 동메달을 딴 사령탑이다. 한국축구의 큰 자산을 잃을 뻔한 것이다.

1991년 운전면허를 딴 홍 감독은 단 한 번의 교통사고도 내지 않았다. 그는 “운전대를 잡으면 천천히 가는 스타일이다. 남이 끼어들려고 하면 끼어들게 해준다. 끼어들게 해준다고 해서 내가 가는 시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스타일이 공격을 저지하는 수비수란 포지션에서 온 성향일까. 일반적으로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거칠다는 설이 있다. 홍 감독은 “포지션 때문에 생긴 성향은 아니다. 국가대표 수비수로 유명했던 한 후배는 다소 거칠게 차를 몬다. 나는 늘 천천히 운전하라고 지적한다. 운전 스타일은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서로 먼저 가려고 경쟁하다 사고가 났을 때 ‘네 잘못’이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이 ‘패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녹색 그라운드에서는 강한 승부근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감정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경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운전에서 이긴다고 뭐 그리 대단한가. 자칫 남과 자기의 생명을 앗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교통사고로 희생되는 어린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다. 스쿨 존에선 규정 속도를 지키고 스쿨버스 뒤에선 앞을 예의 주시하며 달려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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