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인터넷 카페, 10代 소년들 ‘性的일탈창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10대 소년들이 주로 찾는 게이 전용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 목록. 노골적으로 10대 소년 즉석 만남 상대를 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 카페 캡처
10대 소년들이 주로 찾는 게이 전용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 목록. 노골적으로 10대 소년 즉석 만남 상대를 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 카페 캡처
“키 1m78 몸무게 68kg. 18세 이하만. 서울 ‘바텀’ 구해요.”

김모 군(18)은 10일 한 동성애자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성 섹스 파트너를 찾는 글을 올렸다. ‘바텀(Bottom)’은 남성 동성애자가 성행위를 할 때 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을 뜻하는 용어다. 취재팀이 서울에 사는 10대 소년을 가장해 스마트폰 메신저로 연락하자 김 군은 “처음이어도 괜찮다”며 “오늘 바로 만나자”고 재촉했다.

동성애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10대 소년의 일탈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당초 동성애자 카페는 성소수자의 애환을 공유하고 권리를 신장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설됐지만 섹스 파트너를 찾는 즉석만남이 만연하면서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10대 소년들까지 그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 ‘게이 카페’라고 검색하면 회원수 100명이 넘는 카페만 80여 개에 이른다. 회원수가 5000명에 달하는 카페도 있다. 인근에 있는 남성 동성애자를 검색해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앱도 다수 등장했다. 일부 대형 사이트를 제외하곤 성인 인증절차가 전무해 10대 소년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동성 성관계에 빠지는 10대 소년은 단순히 성경험을 해보고 싶은 수단으로 동성애를 택하곤 한다. 동성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는 한 10대 소년은 “여성과 성관계를 해본 적은 없지만 섹스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여자보다 비슷한 호기심을 가진 또래 남성이 성경험을 하기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대 소년을 노리는 성인 동성애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관계 파트너를 해주는 대가로 돈을 지급하겠다는 글도 올라와 동성애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 중년 게이 커뮤니티에는 “알바 할 10대 동생을 찾는다”는 글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10대 소년이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글을 올리기도 한다.

신원이 불분명한 상대를 온라인을 통해 만나다 보면 성병 마약 등 각종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쉽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충우)는 10일 올해 1∼7월 동성애자 사이트를 통해 만나 히로뽕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가진 동성애자 5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성관계를 해오다가 상대에게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옮기기도 했다. A 씨(35)는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만난 에이즈 환자 B 씨(39)와 히로뽕을 복용하고 성관계를 가져오다 에이즈에 감염됐다. 에이즈 감염환자 C 씨(45)도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약에 취한 채 성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C 씨에게서 에이즈가 옮았다는 동성애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피해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홍봉선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미처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성적 호기심만으로 동성애를 접하다 보면 성인이 되더라도 왜곡된 성관념을 갖게 될 수 있다”며 “무분별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인터넷 카페나 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주·서동일·곽도영 기자 djc@donga.com




#게이카페#동성애#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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