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덜 낸 1672억 모두 내겠다”… 16년 버티다 장남 내세워 대국민사과
檢 “압류-자진납부재산 1703억 확보”, “5·18-언론통폐합 직접 사과를” 지적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모두 내겠다고 장남 재국 씨를 통해 10일 밝혔다.
이로써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11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1997년 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군사반란 및 내란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한 ‘12·12 및 5·18 사건’은 비로소 끝을 바라보게 됐다. 특히 지난 16년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흐지부지됐던 추징금 미납액 환수 문제가 해결의 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재국 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자진 납부 계획을 발표했다. 재국 씨는 90도로 허리를 숙인 뒤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가족 모두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부친은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진작 하셨고 저희도 그 뜻에 부응하고자 했지만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혀 해결이 늦어진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을 끝내고는 다시 카메라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날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이미 검찰에 압류된 900억 원 상당의 재산 외에 약 8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금으로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압류한 재산과 자진 납부 재산을 합쳐 총 1703억 원의 재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재국 씨는 자신의 명의로 돼 있는 서초동 시공사 사옥 3필지와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 48필지(33필지는 압류), 미술품 등을, 차남 재용 씨는 서초동 시공사 사옥 1필지를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삼남 재만 씨와 딸 효선 씨 역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 보유한 부동산을 자진 납부 대상에 포함시켰고, 사돈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275억 원 상당의 금융자산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재국 씨는 “부모님이 현재 살고 계신 연희동 사저도 추징금으로 납부할 것”이라며 “다만 부모님께서 반평생 거주했던 사저에서 여생을 보내실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확보한 재산에 대한 공매 등 환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추징금 환수 과정에서 드러난 탈세, 해외 비자금 은닉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되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자진 납부 결정 등을 정상참작 사유로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이날 계획만 발표했을 뿐 아직 완납 절차가 남아 있고, 또 해외 은닉 자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만큼 검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1980년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때 ‘발포 지시자’가 누구인지 실체를 밝히지 못했고, 언론통폐합에 대한 책임 소재도 묻지 못했기 때문에 전 전 대통령 본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추징금을 완납하더라도 진정한 ‘5공 청산’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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