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해법을 많이 들었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당장 오늘부터 해야 할 일과 생각할 거리가 계속 떠오른다.”
11, 12일 이틀간 진행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에 참석한 조용두 포스코 경영진단실장의 얘기다. ‘당신의 전략을 파괴하라’는 도발적인 제목답게 최고 경영 사상가들의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세션별 연사들은 모두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갔고 청중은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했다.
○ “차별화된 고품격 포럼 모델 제시”
2011년 1회 포럼부터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연사로 초청해 처음으로 ‘공유가치창출(CSV)’ 전략을 제기해 경영계는 물론이고 정치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전통은 올해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해 2회 포럼 당시 필립 코틀러 미국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로 인해 국내 마케팅 학자와 기업 실무자 등이 받았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한국의 기업과 경영학계는 들썩였다.
‘해법 없는 포럼’ ‘미사여구만 난무하던 강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내 여타포럼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학자와 경영현장의 비즈니스 리더는 ‘연사’와 ‘강연’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 소통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거장들은 세부적으로는 의견을 달리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극심한 시기’라는 시대인식과 ‘영원불변의 전략은 존재할 수 없다’는 명제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 충격의 연속
첫날에 이어 둘째 날인 12일에도 포럼장은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가 “기업의 전형적인 관료조직 구조가 혁신을 막고 심지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위계질서를 허물고 기업 내 ‘변화의 DNA’를 심어라”고 일갈하자 참가자들 사이엔 낮은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회사 매킨지앤드컴퍼니의 도미닉 바턴 회장도 “도시화, 중산층 확대,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서 기회를 보지 못하는 전략은 설 땅을 잃는다”고 조언했다.
이에 앞서 11일 오전 A세션 기조연설자로 나선 신시아 몽고메리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장기 전략을 임원들이 모여 기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비즈니스 리더들이 전략가가 되고 수시로 변화하는 전략을 전 직원이 알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대학원 총장은 같은 날 오전 B세션에서 “디지털화가 고도화된 현 시대에는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처음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리처드 다베니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가 경영분석의 기본틀인 ‘강점과 약점, 위협과 기회 분석틀(SWOT)’을 맹공하자 좌중이 술렁거렸다. 이 같은 틀이 끝없이 경쟁이 반복되는 초경쟁 시대에는 맞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청중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리처드 루멜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나쁜 전략을 마치 좋은 전략으로 착각하고 실행하는 오류를 범하는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고, 청중은 토론시간에 어떤 것이 나쁜 전략인지 묻기도 했다.
○ “구체적인 솔루션 도움”
세션마다 기조연설 후 진행된 패널토론은 국내 석학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청중의 활발한 참여로 ‘하나의 거대한 MBA(경영전문대학원) 강의실’을 연상케 했다. 몽고메리 교수의 기조연설과 토론, 루멜트 교수의 세션에 참여한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은 “패널토론과 청중토론마저도 형식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놀랐다”며 “비즈니스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이 쏟아져 나오고 풍부한 사례를 통한 해법 제시가 그때그때 이뤄져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영전략에 관심이 많다는 대학생 박세준 씨(고려대 경영대 4년)는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나중에 기업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경영환경의 변화양상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교과서 이론에만 매몰되지 않을 수 있는 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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