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서 3자 회담]
■ 김한길 대표 ‘채동욱-국정원’ 공세 준비… 朴대통령과 치열한 설전 예고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 ‘국회 3자회담’은 통상적인 회담이라기보다는 치열한 토론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김 대표는 3자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배후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총장 사퇴가) 목표하는 바는 분명하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검사는 유죄이고 반대로 국정원은 무죄라는 것”이라며 “국정원의 국기문란은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지만 이번 검찰총장 사퇴라는 반(反)법치주의적 행태는 대통령 재가없이 있기 어렵다”고 박 대통령을 직공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경찰의 축소 수사가 은밀한 공작이었다면 검찰총장 몰아내기는 국정원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공개적이고 비겁한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내내 “권력의 음습한 공포정치”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규명을 방해하려는 긴급조치” “용기 있는 검사, 영혼을 가진 공무원은 십자가를 져야 하는 공포와 야만의 시대” 등 강도가 센 표현을 구사했다.
그러나 3자회담에는 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내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한 채 총장이 물러남으로써 진상 규명이 어려워졌고, 그런 만큼 회담을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함께 또 다른 정치 개입 사건인 채 총장 사안을 묶어 박 대통령 면전에서 직접 묻고 따지는 것이 얻는 것이 많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한 당직자는 “여야 경색 국면이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3자회담을 거부했을 때 추석 ‘밥상머리 여론’이 민주당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좌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야 ‘회담 거부’에 거부감이 덜할 테지만 일반 국민은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할 것이란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당에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내지는 ‘청와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는 점도 감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양자회담도 아닌 3자회담이다. 2대(박 대통령과 황 대표) 1(김 대표)의 대결인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핵심은 결과가 아닌 대화의 내용과 질”이라며 “그러나 채 총장의 돌연 사퇴로 들끓고 있는 민심과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가감 없이 거론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기자회견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중진 의원 오찬 간담회 등을 통해 다각도로 의견을 수렴한 것을 두고서도 회담 보이콧론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구상을 설득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도 채 총장의 사퇴 논란에 대해서 피하지 않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 주제를 피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설명하면 된다”며 “청와대는 채 총장을 사퇴시킬 의사가 없었으며 이 사안은 고위공직자의 윤리의 문제로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기자들에게 “공직자는 국민 신뢰를 받아야 하고 비리가 있어서는 안 되고, 기강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건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내용”이라고 말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채 총장 사안으로 회담의 분위기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추석 연휴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치권이 화합의 모습을 보이는 것을 기대했지만 거꾸로 야당의 공세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진실은 간명하기 때문에 채 총장 건이 회담의 돌발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회담이 끝나자마자 야당이 국회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지만 진솔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사안마다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면서 3자회담 뒤에도 한동안 경색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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