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국회 3자회담’과 관련해 청와대와 민주당 간 교섭창구는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민주당 노웅래 대표비서실장이 맡았다. 두 사람은 민주당이 3자회담을 수용한 13일 오후부터 여러 차례 접촉을 가졌지만 회담 진행 방식, 의제 등을 두고 조율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민주당에 따르면 박 수석은 14일 밤 노 실장에게 3자회담의 진행과 관련해 “국외순방 결과 보고회를 30분간 진행한 뒤 1시간 동안 3자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또 티셔츠 차림으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노숙 투쟁’을 하고 있는 김한길 대표에 대해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3자회담 우선 진행, 3자회담 시간 연장’을 역제안했다. 그러나 박 수석은 15일 오후 2시 김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노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의 기존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복장에 대해서도 “넥타이에 정장 차림이 회담에 임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설명도 곁들였다고 한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고등학생에게 등교복장 지시하듯 드레스코드까지 지정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도 노 실장은 줄곧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박 수석은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대해 어떤 의제라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리 회담의 결론을 정하는 건 옛날식 정치다. 부적절하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청와대 측 교섭창구로 박 수석이 나선 데 대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노 실장을 껄끄러워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실장은 노 실장의 아버지인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과 정치무대에서 만났던 사이”라며 “김 실장이 3자회담 수용 의사를 타진할 때 노 실장이 계속 의제 문제를 따져 물어 김 실장이 매우 불쾌해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노 전 국회부의장은 김 실장이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1988∼1992년)할 때 야당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과의 대화창구는 원래 정무수석”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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