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前검찰총장 “의혹 스스로 풀기 전에 감찰 지시… 靑, 蔡총장과 같이 가기 싫다는 뜻”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
盧정부때 靑과 갈등으로 5개월 만에 물러난 김종빈 前검찰총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사진)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지시’를 내린 직후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한 데 대해 “(감찰 지시는) 총장을 불신임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사퇴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10월 ‘6·25는 통일전쟁’이란 발언으로 수사를 받던 강정구 당시 동국대 교수 수사와 관련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하라”며 헌정 사상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취임 5개월 만에 물러났다.

―총장 감찰 지시는 사실상 불신임이라고 했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나.

“‘아름다운동행’(조계종 공익기부법인) 이사로서 탄자니아 농업학교 기공식에 갔다가 오늘 아침 귀국했다. 정확한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채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다. 이런 성격의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채 총장이 사퇴한 것은 대통령이 자기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용납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채 총장 사안을 어떻게 다뤘어야 한다고 보나.

“검찰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면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검찰총장 인사추천위’를 통해 추천된 총장이라 할지라도 검증의 1차적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채 총장이 해당 보도를 한 언론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유전자검사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켜보자. 채 총장은 서둘러 국민적 의혹을 해결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청와대는 채 총장의 입장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감찰 방침을 밝혔다. 채 총장과는 ‘같이 가기 싫다’란 뜻 아닌가.”

―검찰총장은 감찰의 대상이 될 수 없는가.

“법무부 장관이 감찰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법무부 감찰관은 해외 출장 중이다. ‘실제 감찰을 하겠다’는 것보다 ‘물러나라’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높다. 의아하다.”

―임기(2년)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하는 총장이 너무 많은데….

“안타깝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 소속인 검찰의 ‘절대적 중립’은 존재할 수 없다. 검찰도 부단히 노력하되 ‘권력분립’의 차원에서라도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종빈 전 검찰총장#청와대#채동욱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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