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 펜실베이니아역 인근 9번가 인도. 다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팻말 글귀 아래에는 새하얀 자전거가 조화(弔花)를 두른 채 묶여 있다. 이 자전거는 2006년 10월 이 장소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숨진 20세 청년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폐자전거를 색칠해 설치해 놓은 것.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를 위한 안전 대책을 교통 당국에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고스트바이크’는 2003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처음 생겨난 뒤 미국 전역과 다른 국가로 퍼져 현재 영국 독일 등 26개국 185개 도시에 531대가 설치돼 있다. 동명의 자전거단체 홈페이지(ghostbikes.org)에는 모든 고스트바이크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뉴욕에는 2005년 6월 처음 생긴 뒤 현재 116대가 설치돼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고스트바이크가 설치된 맨해튼 9번가 도로의 환경을 분석해봤다. 다른 도시에서는 편도 4차로 중 마지막 차로를 노상 공영주차장으로 운영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맨해튼 9번가의 마지막 차로는 자전거 전용도로였다. 그 대신 세 번째 차로가 주차장으로 운영돼 주차된 차량과 자전거의 흐름을 분리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었다.
교차로 정지선 앞 도로에는 자전거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출발 속도가 차량보다 느린 자전거가 자동차 앞에서 신호 대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폭이 넓은 횡단보도 중간에는 걸음이 느린 노인 및 장애인 보행자를 배려한 교통섬도 설치했다.
맨해튼 9번가는 뉴욕 시가 2008년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등 도로 이용자가 모두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완전 도로’ 설계를 적용해 안전한 도로 환경으로 개선했다. 시민들이 고스트바이크를 설치하는 등 안전 대책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박지훈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원은 “국내에도 맨해튼처럼 자전거 이용자의 증가에 맞춰 전용도로 설치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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