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촬영 기능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카메라 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씩 축소되고 있다. 카메라업계는 살길을 찾느라 바쁜 모습이다. 일본 니콘은 제품의 출시가격을 낮췄고 후지필름은 의료용 시스템과 디스플레이 부품 분야로 눈을 돌렸다. 파나소닉의 쓰가 가즈히로 최고경영자(CEO)도 카메라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카메라에 적용한 ‘갤럭시 카메라’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 ‘갤럭시NX’를 선보이며 카메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13일 만난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의 최승욱(50), 박영우(45), 이혁기 수석연구원(48)은 삼성전자에서 카메라 렌즈 개발을 주도하는 ‘3총사’다. 이들은 “국내에서 카메라를 만드는 기업은 삼성전자 한 곳뿐”이라며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수석연구원은 1988년 입사해 25년 동안 카메라 렌즈 관련 업무를 해왔다. 그는 “반도체 기기 설비부터 자기공명영상(MRI)기기, 복사기에 이르기까지 카메라 광학기술이 필요한 곳이 굉장히 많다”며 “국내에 이런 기술을 가진 기업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데 나 자신이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광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일본 장인(匠人)들이 만드는 렌즈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물었다. 이 수석연구원은 “2000년 일본으로 파견을 갔을 때만 해도 기술 격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것이 아쉽지만 소비자들도 한번 사용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기계를 사용하면서도 미세한 가공기술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장인이 일일이 렌즈를 깎고 다듬기 때문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보다 앞서 새 카메라 광학기술을 세계 최초로 내놓기도 했다. 1994년 4배줌 기술을 비롯해 2010년에는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APS-C’ 센서를 지닌 미러리스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소니, 니콘, 파나소닉도 APS-C 센서를 적용한 카메라를 잇달아 내놓았다. 최 수석연구원은 “세계 1위를 지향하다 보니 무언가를 처음 시도한다는 점이 항상 어렵다”며 “APS-C 센서를 처음 적용할 때도 연구원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 집에 가지 못한 날이 부지기수로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 수원 사업장을 방문해 ‘삼성 카메라 세계 1위’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갤럭시카메라는 세계 시장에서 지난달까지 60만 대 넘게 팔렸다.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카메라 고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디지털프라자에 ‘스마트 카메라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사진 강좌를 열고 가족사진 등 테마 촬영을 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사진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삼성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알려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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