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난 체중. 침체된 레슬링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부담까지 어깨에 짊어졌지만 김현우(25·삼성생명)와 류한수(25·상무)는 그 무게를 이겨냈다. 두 선수 덕분에 한국 레슬링이 14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금빛을 봤다.
김현우와 류한수는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3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그레코로만형 74kg급과 66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9년 대회에서 김인섭(58kg급)과 손상필(69kg급·이상 그레코로만형), 김우용(자유형 54kg급)이 정상에 오른 이후 14년 만에 한국이 따낸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두 선수는 모두 이번 대회에 한 체급씩 올려 출전했다. 2012 런던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kg급 금메달리스트인 김현우는 74kg급에 도전했다. 체급이 올라가면 상대해야 할 선수의 체격과 힘도 그에 비례해 커진다.
그러나 김현우는 새로운 체급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였다. 5번의 경기에서 3번이나 테크니컬 폴로 승리했다. 3경기를 7점 이상의 점수 차로 이긴 것이다. 결승에서 만난 2011 세계선수권과 2012 런던 올림픽 74kg급 금메달리스트 로만 블라소프(러시아)도 2-1로 격파했다.
한국 레슬링 사상 유일하게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두 체급을 석권한 심권호 대한레슬링협회 이사는 “체급을 올리면 상대의 힘이 완전히 다르다. 그 때문에 나도 과거에 혹독한 근력운동을 했다.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한수는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기 위해 체급을 올렸다. 그는 200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60kg급 우승에 이어 세계주니어선수권 2위를 차지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성인대회에서는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30·삼성생명)과 우승재(25·조폐공사)의 그늘에 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류한수는 런던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체급을 올렸다. 공교롭게 정지현도 66kg급으로 체급을 올렸지만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의 승자는 류한수였다. 빠르고 공격적인 성향의 그는 결승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슬람베카 알리예프(러시아)를 5-3으로 꺾었다.
이번 대회 심판을 맡았던 정동군 국제레슬링 심판은 “류한수가 과감했다. 개정된 규정에서 소극적인 선수는 이길 수 없다. 전에는 파테르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전적으로 스탠드에서 점수가 난다. 새 룰이 한국 그레코로만형에는 상당히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최규진(55kg급)의 은메달과 우승재(60kg급·이상 조폐공사)의 동메달을 포함해 그레코로만형에서만 금 2, 은 1, 동메달 1개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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